서양 윤리의 한계는 인간 중심적이다. 우리 교회의 윤리신학도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철저하게 신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도덕적 의무에 대해서만 윤리신학은 다루고 있다. 특히 칸트는 그의「도덕형이상학」에서 오로지 인간의 인간에 대한 도덕적 의무만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생태계 전체에 대한 인간과의 관계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태도는 칸트뿐 아니라 전 서구사상과 신학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막스 쉘러의 철학적 인간학에서도 우주 속에 인간의 위치만을 다루고 있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슈바이처는 이러한 칸트의 입장을 내용 없는 공허한 윤리관이라고 비판하면서 생명 경외의 윤리 즉 우주적인 것으로서 생명윤리를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슈바이처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화 몰락의 징후를 경고하면서 그것이「생명에 대한 경외심」의 상실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또 윤리의 쇠퇴도 그 윤리의 뿌리인 생명 경외라는 단순한 사실을 외면함으로써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낙태 천국인 우리나라는 비단 태아뿐 아니라 생명 전체에 대한 경외심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우리 교리ㆍ기도ㆍ성가ㆍ감사송ㆍ전례도 오직 사람만을 위해서 있다. 실로 우리 교회는 너무도 오랫동안 개인 영혼 구령에만 매달려왔다. 성 프란시스꼬를 제외하고는 거의 인간 이외의 타 생물체에 대해서 어떠한 기도를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초월」을 너무 강조한 탓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범시론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슈바이처가 말하는 생명 윤리의 위대성은 윤리의 대상을 인간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주 안의 모든 생명들에게로 넓히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린 슈바이처는 왜 사람은 오직 사람만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슈바이처는 잠들기 전 어머니가 자리를 뜨고 나면 이렇게 기도했다고 술회한다.
『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살아 숨쉬는 모든 생물을 돌보아 주시고 그들을 위해 축복하여 주십시오. 그들을 악에서 구하옵시고 평안히 잠들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실로 우리 교회의 기도는 너무도 오랫동안 인간을 위해서만 기도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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