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 좋은 세상이라 너도 나도 차를 모는 것 같다. 당연히 많은 차들 중에는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타고 다니는 자가용이나 영업용 택시들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내 탓이오」「세계성체대회」등의 스티커나 차내 백밀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묵주나 십자고상 등이「나는 가톨릭 신자입니다」「이 차는 가톨릭 신자가 타고 다니는 차입니다」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차들을 만나면 왠지 반갑고 서로 양보하며, 경미한 사고가 났을 때는 용서할 수 있는 아량을 베푸는 것 같아 그나마 메마른 세상에 따뜻함을 던져주는 듯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차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묵주와 십자고상을 보는 내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디는 것이다. 기도하기 위한 묵주가 혹시나 한낱 부적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는지, 혹은 액세서리로 자리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는 우려가 들어서다.
물론 차 안에 둔 성물을 보면서 무사고를 기도하고 내가 항상 신앙인임을 잊지 않고 바른 운전, 바른 삶을 지향하는 태도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버젓이「나는 신자입네」하는 표시로 스티커를 붙이거나 묵주를 걸어놓은 차들이 난폭운전 신호위반 끼어들기 등을 일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묵주를 차에 걸어놓고 무신경하게 잊어버리지 말자. 가끔은 걸려 있는 묵주를 쥐고 기도하며 내 운전 습관과 삶을 반성해 보자. 그래서 정말 남들 보기에 신자임을 표시하는 스티커나 묵주가 교회를 더럽히는 흉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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