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이 지역교회에 위임한 조항을 제정하기 위해 한국주교회의 교회법 위원회는 항목별로 관련기구 및 단체에 초안을 작성하도록 의뢰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7월 21일자 가톨릭신문에 보도됨으로써 밝혀졌는데 이것은 교회법제정에 직접 관계하지 않고 있는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신자들은 교회에 이와 같은 방대한 교회법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한국교회가 제정해야 할「한국교회 특별규범」의 방향이라든가 구체적 내용 등에 관해서는 별도로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오늘 이자리에서는「한국교회 특별규범」의 제정 과정에 대해서 몇가지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으로는 교회법이란 특별히 전공한 몇몇 성직자들의 전유물이요 일반 사목자나 특히 평신자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없는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어왔다. 일반 사목자들은 일선사목에 꼭 필요한 몇 가지 조항만 상식적으로 알고있으면 족했고 평신도들은 소위 성교사규(聖敎四規)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규정만 알면 족했다.
교회법이 이와 같이 특수계층에만 소유된다는 것은 평신도를 언제까지나 미숙한상태로 머물게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마치 지난 공의회 이전까지만 해도 성경은 평신도들과는 별로 상관없고 성직자의 강론을 듣고 성서를 바탕으로해서 만든 교리서만 읽으면 훌륭한 신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대와 마찬가지 수준에 머물게하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번의 신문보도로 많은 신자들에게 교회법이 있다는 사실과 그 내용이 방대하며 그중에는 신자들의 의무규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격과 권리규정도 있다는사실도 알게했다. 이와 같이 교육적인 효과가 컸음은 물론이요 또 한가지 효과는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법은 내용에 있어 성서와 신학을 바탕으로한 신법과 자연법적인 조항도 있겠으나 시대와 지역특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수 있는 순수 인정법(人定法)적인 조항도 있는것이다.
이런점에서「한국교회 특별규범」은 직접 관계되는 기관ㆍ단체는 물론 그의 많은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에까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잘 된일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교회가 어떤 일을 결정함에 있어 과정은 언제나 숨겨져 있었고 확정된 후에만 발표가 되어왔다. 그것은 소수의견이 전체를 지배하는 결과가 되었고 폭넓은 호응도를 얻지 못한 점도 있었음을 감안할 때、이번 교회법 제정에 있어서는 위임받은 기관ㆍ단체가 초안을 작성할 때 더욱 민주적 역량을 발휘하여 보다 폭넓은 의견을 포용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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