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으로 바쁘게 돌아간다. 너무 바빠서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이제 바쁘다 못해 급하기만하다. 사실 따지고보면 바쁘게 움직이거나 급하게 서둔다고해서 더 많은 일을 한다거나 시간을 다툴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쁘고 급하기만 할까? 아마도 이제 습관이 된것같다. 느릿한 모습을보면 숨이 막힐것 같고 길게 늘어선 줄을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버스가 서기도 전에 안에서나 밖에서나 문간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괜히 마음만 급했지 아무도 내리지도 못하고 타지도 못한다. 그러니 결국은 더늦어질수밖에. 기차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부선 상행열차가 노량진만 지나면 우르르 일어나서 가운데 통로에 줄을선다. 옆에 앉은 외국인이 왜이러느냐고 눈이 둥그래서 묻는다. 무어라고 대답해야하나? 비행기는 위험하니 착륙해도 완전히 정지할때까지 좌석에 앉아있으라고 주의를 시키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다. 봉헌과 영성체때 두번 행렬이 있는데 언제나 가운데 통로에는 긴줄이 생긴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나오면 될텐데 그것을 못기다려 뒤에서부터 자꾸만 먼저 나와 긴줄을 선다. 미사가 끝나기 바쁘게 돌아서 나가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결코 바쁘거나 급한 일이 있는것도 아니요 열심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습관일뿐이다. 우리는 도저히 기다릴수 없는 민족인가?
▼이스라엘 민족은 구세주를 4천년동안 기다렸고 아직도 그들은 구세주를 기다리고있다. 우리는 5천년동안 한을 삭이며 기다렸고 36년간 자유와 독립을 기다렸으며 이제 또 40년이 되도록 통일과 민주와 번영을 기다리고있다. 그 긴세월이 너무나 길어 이제 우리 모두는 지쳐버렸단 말인가?
▼안정이 급해서 강경책이요 민주화가 급해서 강경책이라면 두 강경이 맞서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 우리민족의 대림절은 왜 이리도 길기만 한가. 바쁠수록 돌아가고、급할 수록 쉬어가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이 조급한 성격을 고치자면 아마도 한 백년은 걸릴 것인가? 영원히 살것을 믿는 우리 신자들부터 여유와 푸근함을 풍기면 살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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