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대성당에 새로이 건립된 파이프 오르간은 가톨릭 음악인들을 비롯하여 관심있는 많은 이들의 오랜 염원이었을뿐 아니라 부진했던 성음악 활동과 우리나라 오르간 음악 발전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 전기가 될 것으로 믿어마지 않는다.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그 활동무대의 대부분이 교회(개신교포함)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또한 많은 음악가들이 이를 토대로 배출되었다. 이렇듯 교회를 중심으로 한 음악활동이 곧 우리나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이번 파이프오르간 건립의 의의는 한층 더 높게 평가된다 하겠다.
이 뜻깊은 일을 계기로 만시지탄(晩時之歎) 이나마 우리나라 가톨릭교회 음악의 현주소를 조명해보고 앞으로의 향방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작년으로 한국 천주교회 2백년을 맞은 우리의 교세는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한 신장률을 보이고 있어 자랑스럽기도하다. 그런데 성음악의 측면에서 본 우리의 교세가 거기에 걸맞는가를 생각해볼 때 심각한 문제를 제기치 않을 수 없다.
1930년대까지 우리 성음악은 남에서는 빠리외방전교회、그리고 북에서는 독일 성베네딕또수도회 등이 주축이 되어 주도되었으나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질과 양 양면에서 빈약한 형편이었으며 창작성가는 몇편에 불과、지난해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발표된 정도가 고작이다.
1930년부터 60년까지 30년간 최초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이문근 신부에 의한 창작성가 십수편은、우리 창작성가의 고전적 모델로 중요한 이미지를 굳힌 셈이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전례의식에서의 민족어 사용」이라는 제 2차「바티깐」공의회교서는 전통적으로 계승되어오던 성음악에 대한 개념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라틴어로만 봉헌되던 미사와 모든 예절의 기도문이 우리말로 작곡된 건은 몇편에 불과했다. 이토록 중대한 변화에 대처하여 우리말 미사통상문과 기타 모든 기도문에 맞는 전례음악을 구현시킬 작곡가의 빈곤으로 70년대 초반까지 다섯곡정도의 우리말 미사곡과 약 20편의 창작성가가 생산된 정도였다.
이는 교회가 우리 전례음악의 발전을 위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아무런 계획과 대책이 없어었을 뿐아니라 우리 전례문화의 가치향상을 지침할 수있는 문화의식수준에 도달해있지 못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 교회는 우리 교회음악을 교육하는 대학수준의 전문기구를 하나도 갖고있지않다. 시대적인 요구와 우리교회의 양적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우리 교회음악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수준높은 음악가가 지속적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수많은 개신교의 대학과 신학교들을 거의가 종교음악과 또는 음악과를 개설하고 있지만 기존의 가톨릭계 대학들 - 특히 남자대학 - 에서 종교음악과 개설을 기피하는 현상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우리는 정선ㆍ새전례ㆍ공동체의 세가지 성가책시대를 너무 뼈저리게 체험했다. 이 또한 교회당국의 커다란 시행착오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음악교육에 투자하지 않았던 현실에 반해 무가치한 판단으로 좋다고 느껴지던 그대로 전례에 도입하는 엄청난 모험적인 시도를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 팝송ㆍ영화주제가ㆍ개신교의 상징적인 찬송가、심지어는 어느 부류의 유행가마저 성가로 출판윤허(임쁘리마뚜르)를 받은 사례까지 우리교회의 음악사에 적어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성음악、특히 전례용 성음악은 전례의 내용에 부합되는 영성적승화의 욕구와 그 못지않게 예술적 가치가 존중되어야한다. 유구한 교회성의 흐름을 담은 우리 문화의 그릇으로 유행적인 요소가 배제된 우리 성음악의 전통이 이뤄지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 명동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설치과정에서 연주자를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2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가톨릭교회의 음악사회에서 단 1명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로 만족해야 할것인가?
우리 교회는 반주자뿐 아니라 지휘자도 기근이요 성악가도 그수가 적다. 많은 신자음악가들이 개신교 교회일을 해야되는 현상을 보고도 교회가 방관만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신자수만 늘이는것이 사목의 전부는 아닐진대 앞으로도 계속 전례사목을 등한히 한다면 우리교회의 문화는 팝송문화와 다를것이 없지 않느냐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교회는 형편이 허용된다면 교회음악을 연주하는 중요한 연주회장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세종문화회관과 연세대학교외에 파이프 오르간을 가지고있는곳은 명동대성당과 중림동성당뿐이다.
이번에 명동대 성당에 파이프오르간을 건립하는데 노력하신분들께 찬사를 보내면서 이 악기만은 보다 자주 연주되게하여 성음악을 듣기위해 명동대성당을 찾도록 해줄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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