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지난 7월 5일자로 사회 사목교서「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를 발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1960년대후반 이래 몇 차례 공동교서를 발표한「오늘의 부조리를 극복하자」가 비교적 두드러지게 반향을 불러일으었다.
이번의 사회 사목교서는 여러해 만의 주교단 공동교서이고、시국 사정이 여러 모로 우려되는 징후를 드러내고 있는 때에 발표된 것이므로 교회 안팎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우리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문제점들을 지적한 이교서는 노동자와 농민이 처한 현실、공해 문제등에 걸쳐 균형을 갖추었으며 원리적인 지침 제시에 있어서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환기시키고 있다. 실로 이번교서의 대사회 원리제시 내용은 1891년의「노동헌장」(레오13세、「레룸 노바룸))과 1931년의「노동자 인격의 가치와권리」(비오 11세、「꽈드라제시모 안노)) 등에 뿌리를 둔것이다.
원래 사회질서의 원리와 가치관이 서있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가톨릭 주교단의 사회 사목교서는 그나름으로 정의로운 질서의 원리들을 환기시키고 있는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수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주교단 사목교서에 대해 좀더 욕심을 내자면 다음과 같은 아쉬운 점들이 있다. 그 첫째로는 교서 문체가 너무 원리 중심으로만 되어 있다. 이러한 원리들은 앞에든 19세기 이래의 교종 회칙들 뿐아니라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전후한 또다른 회칙들 속에 더욱 풍부하게、누누이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선행된 원리 문헌들에 비하면 이번의 한국 주교단 교서는 매우 소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번의 교서는 오늘의 한국사회 현실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가톨릭교회의 전통적 대사회 원리들은 다만 저변에 깔아 두는 데서 그쳤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쯤의 한국사회 현실 자료들은 이 교서에서 뒤끝에 별도의「주」로 묶이어 있다. 이 점에 교서내용과 문체에 있어 본말이 뒤집힌 느낌을 준다. 둘째로 산업노동계와 농촌에 있어서의 문제지적에 있어 부조리의 근본 원인과 시정책이 제시되어 있지않다. 즉 근로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시정하는 최저한의 보장책으로는 1978년까지 실시된바 있는「최저임금제」가 부활되어야 할것이다.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인상 조치는 공업 생산품의 가격인상을 초래하여 국제무역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정부당국의 주장이지만 다른 각도의 조사에 의하면 그렇지도않다. 즉 임금 인상은 노동생산성의 향상안에서 저절로 문제를 해소시킨다는 것이다. 실상 공산품 가격인상요인은 외국물품 수입과 통화발행의 안정선이 깨지는데에있는데 이러한 실책의 부담을 저소득층 근로자 임금의 억제에서 해결하려 한다는것이다.
또 농촌의 최대 문제점인 농축산물가격 하락문제도 정부의 이른바「양특적자」(양곡수매 특별회계적자)와 도시물가 인상에 기인한다고 하지만 농민들의 주장(가톨릭농민회 조사)은 다르다. 농산품수매와 같은 주요시책은 특별회계로 다루지말고 일반회계에 넣어야하며 농산품가격이 도시민 생계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세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산품가격 하락의 문제는 실상 이른바「비교우위론」에 의해 외국의 농축산물을 수입하는데에 원인이 있다는것이다. 이경우「비교우위론」은 실상 하나의 구실이며 강대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굴복하고있는 현실이다. 오늘날 약소국가의 국내문제는 단순히 국내요인에 의하는 것이 아니고 국제관계에서 영향을 입는다.
그러므로 강대국이 황금률처럼 주장하는 이른바「자유주의 통상원칙」즉 상호문호개방은 약소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비판한 바오로 6세 교종의 말씀(「민족들의발전 촉진」58」을 우리는 경청해야 한다.
가령 미국이 밀가루나 쇠고기를 한국에 팔려고 하는데 미국은 그나라대로 역시 무역적자라고 하여 정부가 농민들의 수출요청에 따른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한국농민들의 요청에 따름으로써 자주경제의 자세를 잡아야한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 경제 당국은 민족 자주경제 원칙을 수행하지 못하는데서 모든 농촌문제가 야기되는것이다.
이와같이 차질을 빚으며 악순환을 계속하는 경제사정의 이유는 또한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국민적 합의의 바탕위에서 정치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번 주교단 교서의 명분을「사회 사목교서」라고 했지만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산업사회사목교서」라고 했어야한다.
또한「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라는 제목도 너무 포괄적이라고 할수있다. 산업사회 문제를 다루려고해도 그렇거니와 더 포괄적인 국가사회 문제를 다루려면「정치」의 문제점을 배제할수 없다.
국민적 합의와 공동선에 입각하는 정치행태의 촉구가 이번의 사목교서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어야 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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