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명 사회의「마지막 수치」라고 불리웠던 남아공의 두터운 벽이 드디어 허물어졌다. 결코 허물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것처럼 흑과 백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인종 차별의 두터운 벽이 마침내 무너진 것이다. 이제 아프리카 민족회의를 이끈 넬슨 만델라는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남아공 역사의 최대 경사가 될 것이다. 그것은 또 세계 역사 안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무지한 단어를 표면적으로 지워버리는 하나의 이정표로서 기억될 수가 있을 것이다. 세계가 하나임을 내세우고 지구촌 가족을 꿈꾸는 오늘의 세계사 안에서 볼 때 참으로 의미 깊은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남아공의 만델라 정권은 그 기쁨과 영광 만큼이나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그 하나가 우선 3백50년간이나 남아공 역사를 그늘지워온 흑ㆍ백간, 흑ㆍ흑간의 갈등과 미움을 해소하는 일이다. 즉 인종간의 진정한 화해는 만델라 정권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제1의 현안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연립정부이자 과도정부라는 형태이긴 해도 새로 출범하는 남아공 정국은 여전히 위협 받는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남아공 평화를 수립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어온 백인 극우세력과 줄루족 문제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총선 전까지 폭탄 테러를 자행하며 총선에 불참한 백인 극우세력의 저항은 그 중에서도 가장 격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3백여 년이 넘는 갈등과 아픔이 한 순간에 치유될 수가 없다. 어쩌면 지금까지 겹겹이 쌓아온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극복하기에 생각보다도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아공이 획득한 승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위대한 승리이자 우리 인간이 영원히 지켜가야 할 과업이 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지금 아프리카에서 불고 있는 피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 르완다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종족 분쟁의 회오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의 사악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넬슨 만델라의 남아공, 그 새로운 출발은 어떤 어려움을 딛고서라도 희망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것은 아프리카의 희망이기도 하고 온 세계가 평화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만 하는 지상 최대의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