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자들의 폭 넓은 양성을 꾀한 한 과정으로 작년에 자그마한 양로원을 시작했다.
긴 여름 해가 앞산 봉우리에 주저앉을 무렵『성모님 고맙습니다』하시며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고개를 넘어 올라오시기가 여간 힘들지 않으셨다며 앉으시는 할머니는 손에 묵주를 쥐고 계셨다. 비록 흙먼지로 뽀얗게 되었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할머니의 깔끔한 모습은 83세라고는 믿기 어려울만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생기가 있어 보였다.
시간이 늦은 때라『할머니, 시장하시지요 뭘 좀 잡수셨어요?』묻자『배도 고프지 않아요. 이렇게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집을 찾았으니 아무 것도 원하는 게 없어요』하신다. 굳이 사양하시는 할머니께 저녁을 차려드리며 어떻게 알고 이런 시골까지 찾아오셨느냐고 말문을 열였다.『나 이 집 찾으러 서울서부터 아침 일찍 떠났어요. 기차역에 가서 이걸 보여주며 여기를 가려는데 어데서 내리면 되냐고 물었지』할머니는 가톨릭신문에서 오려낸「은혜의 집」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여주며 말씀을 계속하셨다.『조치원까지 가서 거기서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 조치원에 내려서 물어물어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탔지.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죄다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걱정이 안 되더군. 기도만 자꾸 했지. 정말 성모님이 길을 찾아주셔서 여기까지 왔지요』
공손히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집히는 데가 있어『할머니, 자제분들은 어디 사세요?』하고 묻자 혼자 사신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지자 할머니는 양로원이 자식이 없는 사람만 받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혼자라고 했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사실을 말한다고 하셨다.
오랫동안 냉담한 아들 내외와 신앙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사신다며 몸이 불편해지면서 돌아가실 때 행여 신부님을 불러주지 않아 성사도 못 받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결국 할머니는 가출(?)할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란다. 인생여정의 경주를 끝내는 노인들에게 편안히 마지막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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