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쯤 시댁에 다녀왔다. 봄날씨 같지 않게 더웠지만 그런 대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시댁 앞 길에는 벚꽃이 만발해 있어 꽃 구경에 정신 없었다. 논길도 태어나서 처음 걸어보았다.
낙동강이 흐르는데 얼마나 오염이 돼 있는지 가까이 가보았다. 말이 강물이지 시궁창에 흐르는 하수와 다를 바 없었다.
무척이나 마음이 아프고 괜히 하느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강가에 나가 새우도 잡고 멱도 감으며 놀았던 추억을 새기며 지금은 발도 담글 수 없는 썩은 물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 앞에서 인간들은 감동도 느끼며 겸손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망가져가는 자연 앞에 우리는 조금이나마 가책을 느껴야 한다. 우선 나 자신이 자연을 오염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삼푸보다는 무공해 빨래비누를, 그리고 린스보다는 식초를, 비닐 포장지보다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버리기 전에 다시 생각하고, 물건을 살때는 재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세탁기용 세제는 무공해 빨래비누를 잘게 부수어 물에 약간 불린 후 그 비눗물을 세탁기에 부어 빨래를 하고…. 나 자신 이렇게 실천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주위의 주부들은 아직도 의식하지 못하고 귀 기울여 주질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시댁 동네 사람들은 수돗물은 먹을 생각도 않고 근처 약수터에 가서 물을 길어다 먹는다. 더군다나 가물어서 그곳 약수터에는 물전쟁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창 밖을 내다보며 더 이상 오염시키고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먼저 솔선하고 이웃에게 표양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당에서 준비한 부활 계란을 사다가 회사 동료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며 부활 대축일임을 알렸듯이 우리 모두 자연을 지키는 이 강산의 파수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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