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일 요한 성인께.
저는 언젠가 성인전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성인께서 순교하러 가실 때『나는 이제 순교하러 떠난다. 너희도 꼭 나를 따라오너라』고 하신 말씀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아주 열심한 아이로 비치고 있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속이 빈 대나무와 같답니다. 성당은 열심히 나오지만 미사시간에 떠들고 레지오 단원으로도 활동하지만 건성으로 하구요, 이런 저에게 당신의 이야기는 마치 꾸며낸 이야기 같았답니다.
성인이시여 당신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시나요. 혹부리 영감님의 혹도 아니고 이야기 할아버지의 주머니도 아니겠지요? 성인이시여, 그것이 믿음인가요?
성인께서는 당신을 죽일 사람에게 돈을 주셨다지요. 그것도 믿음인가요. 그러나 현세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당신은 어리석다구요. 하긴 이건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당신은 끝까지 용감하시고 우리에게 모범이 되셨습니다. 저는 당신을 죽인 그 사람도 하느님을 믿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 사람도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을 거라고 믿구요. 성인이시여, 이제 저의 이야기를 조금만 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밤길을 걸어 가거나 밤에 심부름을 갈 때 무척 무섭답니다. 물론 누구나 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저는 성당에 다니잖아요. 그래서 무서우면 성호를 긋고 주의 기도를 바친답니다. 그러면 안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무서울 때가 더 많아요.
성인께서도 이런 적이 있었나요? 제 생각으로는 없었을 것 같아요, 당신은 믿음이 투철한 분이시니까요.
성인이시여, 이제부터 저는 순교는 못 해도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당신처럼 투철한 믿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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