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마찬가지겠지만 제게는 참으로 다정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제는 불러도 대답 없으신 먼 자리로 떠나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떠나신 그 자리는 어떤 것으로 메울 수 없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에 더 깊게 새겨집니다.
전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던 집 안팎 여러 가지 물건들이 하나씩 어머니의 추억으로 되살아나고, 영전에 담기신 미소가 아직도 저를 걱정하고 계신 듯합니다. 무릇 어머니를 여읜 사람들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만 제게는 더욱 소중한 추억으로 어머니를 생각케 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다른 어머니들이 하신 역할에다가 하나 더 가지고 계셨던 역할이 있었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일학교 교사의 어머니 역할이셨습니다. 아마 자녀를 주일학교 교사로 두신 어머니들께서 쉽게 공감하실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교사들은 뜸하지만 예전 교사들은 무슨 일이 그리 바빴던지 일주일에 서너 날을 모여 다니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저희 집에서 밤을 지새곤 하였습니다.
지금 저도 나이 어린 자식을 키우고 있어 조금은 짐작이 가지만, 무척 귀찮으셨을 텐데 하나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교사들 모두가 어머니 자식인 듯 보살펴 주셨습니다.
저녁밥 내오시랴, 가끔은 술상도 봐주시랴 꽤 귀찮으셨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더욱이 종일 성당에 가서 살다시피 하는 저를 탐탁치 않게 여기서던 아버지 눈을 살짝 피해서 말입니다.
혹 밥은 모자라지 않을런지, 다른 뭐 부족한 건 없는지, 밤에 잘 때 춥지는 않을런지, 하여간 이런 저런 걱정에 밤을 지새우시다시피 하신 어머니께 그때는 잘 몰랐던 죄송스러움이 지금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장례 때 그 시절 교사들이 함께 모여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라면 이야기도 나누고 남 모르게 가슴앓이를 끼쳐드렸던 이야기도 나누면서 제 어머니는 저만의 어머니가 아니시라 저와 같이 주일학교 교사를 했던 당시 모든 교사들의 어머니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제 어머니만의 아들이 아니라 다른 교사 어머니들의 아들이란 것도 함께 말입니다.
주일학교 교사 자녀를 둔 어머니들께서는 남다른 걱정이 무척 많으실 것으로 여겨집니다. 저희 어머니처럼 말입니다. 학교 공부에 대한 걱정, 혹 성당에서 남들한테 욕이나 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 성당 일 한다고 끼니나 거르지 않나 하는 걱정, 거기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저러다 신학교라도 간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 하여간 걱정이 무척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가르침의 도구로 쓰고 계신 주님께서는 그런 걱정을 백 배로 갚아주실 것이며 종국에는 그 걱정을 자랑으로 바꾸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자녀가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들께서는 신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 만큼 기도하시고 바람을 가지셔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부르시지 않았다면 결코 여러분의 자녀는 교단에 설 수 없었을 것이며, 이제 여러분의 자녀를 통해서 여러분들은 성모님이 받으신 영광에 함께 하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머니들의 자녀는 항상 어머니들을 위해서 기도할 것이며, 어머니의 영광을 위해서 가르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5월,「성모님의 달」을 지내며 성모님 곁에 계신 어머니가 더욱 보고 싶기에 이제 더욱 열심히 가르치려고 합니다.『제게 가르치는 영광을 주신 주님, 어머니에게 영원한 천상 안식을 허락하소서. 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