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성폭행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월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청소년들의 성폭행 사건은 중학생 54건, 고등학생 5백6건 등 모두 5백60건으로 이는 92년의 2백43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라는 것이다.
청소년 성폭행 사건은 지난 89년 1백18건, 90년 1백98건, 91년 2백64건이었으며 92년 감소 추세로 돌아섰으나 지난해 다시 급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수치만으로도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성급한 자괴감을 낳게 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청소년들의 성폭행 사건이 급증한 가장 큰 요인으로 음란비디오물 범람 등 선정적인 대중매체에 의한 충동을 꼽고 있는 모양이다. 아울러 가정의 교육적 기능 약화와 학생들의 자제력 부족, 그리고 입시에 대한 중압감 등도 주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청소년들의 성폭행 문제는 제반 환경적 요인이 가장 많은 이유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눈만 돌리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온갖 음란물들이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고 우리의 청소년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이들 앞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현실이 돈벌이에 눈이 먼 일부 악덕 상인들의 상술에만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정 안에서조차 무방비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오늘날 우리의 가정은 그 결속력이 급격하게 깨어지고 있다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 속에서 가정의 구성원들은 모두 따로인 채 살아간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가정 구조로 볼 때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이나 충동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여건이 가정에서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가정이 흔들리는데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데 청소년들에게 바른 길로 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신록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고 햇살이 따사로운 이 봄날,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게다가 올해는 세계와 한국, 한국 교회가 정한「가정의 해」이기도 하다. 가정의 해, 가정의 달, 그리고 청소년의 달에 접하는 청소년들의 성폭행 범죄 급증 소식을 우리 모두는 진정 아픈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교회는 보다 막중한 책임의식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건강하고 밝게 키울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야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 당국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밝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청소년다운 정서를 가꾸며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병폐를 개선하는 데 우선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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