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이 가족과 함께 한국엘 왔다. 그 가족 가운데는 유치원에도 채못다닐만한 나이의 어린이도 있었다. 꼬마는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로 매사에 말썽을 부리면서도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명랑하고 귀여웠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말썽이었다. 우리같으면 금방이라도 얼굴이 험상 궂어지고 주먹을 쥐어 보이거나 나중에 매를 때리겠다 등 협박이 대단할 텐데도 이 외국인 아버지는 전혀 화내는 기색이 없이 언제나 이 꼬마를 달래고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다.
▼어른들끼리 진지하게 이야기 하다가도 꼬마가 참견하거나 자기 일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보채면 언제라도 어른들 이야기를 중단하고 꼬마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 꼬마의 요구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면 조용히 또 끝까지 설명하고 설득을 시킨다. 꼬마가 납득하고 요구를 단념할 때 까지. 어릴때부터 이렇게 훈련된 꼬마는 떼를 쓰고 울면서도 자기의 불평과 요구사항을 말로써 표현한다.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너무나 신기해서 어쩌면 그렇게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버지의 대답이 재미있었다.『어린아이는 단순히 어른보다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어른들로부터 억압받고 무엇이나 강요될 수는 없습니다. 어린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인격자 입니다. 그들도 자기 분수에 맞는 인권을 존중받을 귄리가 있습니다. 다만 어리기 때문에 여러가지 일에 미숙할 뿐입니다』이점 때문에 대화로써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바로 이와 같은 인간존중사상에 있다. 서구의 민주주의야말로 이러한 시민정신에 뿌리를 박고 있으니 튼튼한가 보다. 누구나 관점이 다를 수있고 생각이 다를수 있고 판단이 다를수 있다는 것、이점을 인정하지않고는 민주주의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주장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것을 인정하고 그 견해를 존중해 줄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강요나 남의 견해를 무조건 멸시하는 태도야 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폭력으로 억압하고 폭력으로 대항할려는 태도는 모두가 민주주의 정신이 아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