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개최된 제 9차 남북적십자회담이 많은 아쉬움과 과제를 남기고 끝났다. 이 남북적십자회담은 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또 이 회담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하는 남북한 6천만 민족 대다수의 소망 때문에 그 출발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회담의 성공은 분단된 민족의 재일치와 통일에 있어서 시금석이 될수 있는 민족사적 사건일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남북적십자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다.
남북한 이산가족의 재회와 재결합을 추진하는 것은 평화와 화해의 정신에서 나왔다.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지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으며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를 명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심고 그리스도가 명하신 화해와 일치를 실천하고자 하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도 민족의 염원인 이산가족의 재회와 재결합에、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정착에 결코 무관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과제들은 정치인이나 적십자인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남북적십자회담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돌이켜 보건데、남북한에 흩어져있는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소하기위해 남북적십자회담이 처음으로 열렸던것도 이미 14년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회담이 단속적으로나마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그 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먼저 회담의 근본목적을 되돌아보고 이에 이어서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검토하고자한다.
먼저、우리는 남북적십자회담이 인도주의를 구현하고자하는 적십자 정신에 더욱더 충실해 지기를 기대한다. 남북적십자회담은 모름지기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려는데에 명실상부한 목적을 두어야 한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인간의 죄악 때문에 이산가족이 겪어야했던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명분일 수 만은 없다.
그러므로 이 남북적십자회담에 임하는 어느 일방이라도 이를 특정한 정략의 일부로 삼으려는 저의를 품어서는 아니되며、또한 이를 전략전술의 일환으로 파악하려는 해묵은 시도도 포기되어야 마땅하다. 남북적십자회담에 있어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도외시하고 그밖에 다른 저의가 작용된다면、이 회담의 참다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것이며 그 옳지못한 시도들은 역사의 심판을 면하지 못 할 것이다.
다음으로、이산가족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적십자회담에 임하는 당사자들이 최대한의 인내와 상호양보의 정신을 가져야한다. 그동안 남북한은 40년간에 걸친 단절을 겪어왔고 동족상잔의 쓰라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 40년동안 남한과 북한은 서로 판이하게 다른 역사 과정을 밟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40년이라는 단절된 기간동안 남북한은 사고방법과 생활양식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차이로 인한 상호간의 몰이해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 현실에 바탕하여 이산가족의 재회를 위한 남북한의 대화는 이루어져야한다. 만일 양보의 정신을 망각하고 자신의 사고방법만을 상대에게 요구한다면 이 회담의 성공은 요원해 질 것이다.
또한、회담의 당사자들은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어떠한 경우에든지 대화를 계속하고자 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한다. 인내를 포기하고서는 대화나 회담의 진행이 불가능할 것이며、이러한 회담은 남북한 이산가족과 그 고통에 동참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만을 심화시켜줄 것이다.
화해와 일치의 주인이신 사랑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이를 본받도록 요구하신다. 그리스도는 오늘 이 시점에서도 우리에게 화해와 일치의 정신으로 대화에 임하기를 명하시며、참고견디는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촉구하신다. 이 가르침에따라 회담에 임하는 모든 이들이 마음의 휴전선을 스스로 허물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해 주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곧 서울에서 다시 개최될 큰 성과가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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