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게도 달라붙은 일들이 억세게 풀리지않고 콱 막힌 숨통을 틔워줄 시원한것 없는 세상에 그저 못죽어 산다는게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듣고 보는 것이 그게 그거요. 좀 좋은것없소? 하고 소리질러 봤더니 매사에 대답은 하나같이 시끄러운 소리 내지말고 입을 다물라는 소리입니다. 차라리 안듣고 안보고 조용히 사라져 버틸려해도 그나마 그소리 못들은체 해서 억울하니 살아있나 봅니다.
『시집살이 말 많단다. 보고도 못본체 듣고도 못들은 체 이 말들은 외딸애기 가마타고 시집가서 벙어리 삼년 살고 귀머거리 삼년 살고 장님으로 삼년 살고 석삼년을 살려니 개나리꽃 만발했네』하고 읊어봐도 어딘가 막힌 가슴 후두둑 뚫어 줄듯한 소리는 아닌듯 싶습니다. 사족 성한 병신같은 기분이라 더욱 답답해오고 더러운 일 안보고 안 들으면 맑은 물에 눈귀 씻을 일 없겠지만 벙어리 두 몫 떠들고 싶은 것이 우리네 마음입니다.
자연이 만드는 소리는 항상 평정을 얻지 못할때 일어납니다.
초목 자체는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불면 소리내어 울고 물도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고 소리가 납니다. 사람도 평화를 잃고、자유를 잃고、진리의 법을 잃었을때 시끄러운 법입니다. 그래서 시끄러운 만큼 남의 소리는 더욱 들리지 않고 목청을 돋구어 더욱 고함을 쳐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사회는 모두 귀머거리가 된지 오랩니다.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도 들리지 않고 양심의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윗사람은 아랫소리가 들리지 않고 아래서는 옆소리가 들리지않습니다. 그래서 서로들 원망할뿐입니다. 어느 장님 두사람이 길을 가다 마주쳤습니다. 한 사람이 『좀 보고 다녀!』 하고 고함쳤더니 상대방이 이르기를 『보면 모르나?』고 대꾸했답니다. 서로를 탓하는 현실을 비꼰 우스개 소리입니다. 귀는있되 듣지를 못하고 눈은 있어도 볼수가 없고 양심은 있어도 하늘의 법을 잃었으니 내 소리를 못듣는다고 서로를 탓할 뿐입니다.
세상과 인간에게는 하느님의 법이 있읍니다만 인간의 귀는 이미 듣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예수께서 귀머거리를 고쳐주시며 『 열려라!』고 하였습니다만 오늘만 귀머거리에게는 『잠잠해져라!』는 말씀이 먼저일 것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법을 깨뜨리고 평정을 잃었을 때 물결은 출렁이고 그 파도 위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기쁨도 체험이며 증거이지 결코 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9월8일자 대구대교구보「나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