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청주에는 우암산이라는 맑고 고운 산이 있다. 그 산자락 밑으로 옷샘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샘이 있다. 예부터 물맛이 좋고 몸에 좋다는 여러 가지 효능을 갖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그 물을 떠다 먹고 만성위장병이나 해묵은 체증 등 다양한 질병을 고쳤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그 옷샘 가까이 살면서도 그 물을 별로 먹어보지 못했다. 그 샘물을 떠가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하므로 시간에 쫓겨 살다시피 하는 나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요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생수나 약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나도 그 샘물을 떠다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요일 시간을 내어 일찌감치 물병을 들고 집을 나섰다. 얼마 정도는 기다려야겠지 하고 마음의 각오는 하고 갔었지만 막상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행렬을 보니 입이 딱 벌어지고 숨이 막혀 맥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사람과 빈 물병들이 수십 미터나 대기하고 있어 내 차례가 오려면 반나절을 투자해도 그 물을 떠올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또 어떤 분의 얘기로는 한밤중에도 기다려서 물을 떠간다는 얘기였다.
나는 빈 병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기다리는 수 만큼이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얘기이고 또 환경이 그만큼 오염이 됐다는 반증일 것이니까 말이다. 맑은 물, 좋은 물을 먹기 위해 길바닥에서 몇 시간씩 허비해가면서 기다리는 그 수고를 깨끗한 환경 보존에 투자를 했었더라면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청정한 물만을 찾으러, 깨끗한 곳만을 찾아나서기 이전에 먼저 물이 오염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무심코 버리는 먹다 남은 찌개 국물, 생각 없이 대충 알아서 넣는 가루비누들 등등 이런 하찮은 생활 하수가 물과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란 인식을 갖고 덜 버리고 덜 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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