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부터 8월 23일까지 더위와 싸우며 양봉을 시작한 영감님 시중을 들면서 나는 참으로 많은 땀을 흘렸다. 그러나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나혼자 피정한 것 같다. 구약성서 읽기를 드디어 끝낸 것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나 더워서 오후 한때는 성경책과 자리를 가지고 도토리나무 그늘로 갔다.
매미소리 우렁차고 이름모를 노란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나무로 숨바꼭질을 했다.
그 숲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성가를 부르는 행복한 순간 순간들을 보냈던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데 너무나 소홀했기에 주님은 나에게 이 시간을 주셨나보다.
1984년 5월 16일 창세기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끝을 못내고 있는 나를 딱하게 보신 주님은 이곳에 머무는 10일동안 구약만이라도 끝내라고 이 시간을 허락해 주셨으니 주님이 함께 하셨음을 지금 다시 느낀다.
조용한 시간을, 더우기 자연속에서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참 소중할 뿐 아니라 신자에게는 꼭필요한 것임을 절감한다.
하느님을 믿었기에 맛보았던그 행복이 얼마나 컸든지… 또 얼마나 감사한지… 가끔 이런 기회를 갖게 되기를 기도드린다.
<천정숙ㆍ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천주교이태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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