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에 대한 법원의 손해 배상 판결을 놓고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사회면 머릿기사로 또는 해설 기사로 이 문제를 다룬 언론들은『남성 중심인 사회의 묵인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느니『남성 위주 직장 통념에 법적 제재가 가해졌다』느니 하며 일제히 큰 관심을 보이고 나섰다.
매스컴의 관심이 유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 사회 안에서 성폭력,성추행이 아닌「성희롱」사건에 대해 위자료 3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적인 판결이 처음으로 내려졌기 때문이다. 성 희롱은 말 그대로 성적인 괴롭힘이나 성적인 시달림 등을 의미하고 있고 한국 사회 안에서 가벼운 성적 놀림은 직장생활의 관행처럼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성희롱」에 대해 우리나라 법원이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남성 중심적 분위기가 지배하는 가운데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 묵인돼왔던 우리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이번 판결은 특별한 죄의식 없이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해온 성적 농담, 희롱에 대한 하나의 경종으로써 직장 안에서 남녀 상호간의 행동에 대한 하나의 준거들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이번 판결이 미흡하기는 하지면 첫 판결에서 성적 희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준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지레 걱정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직장 내에서 여자를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또는 역으로 여성들로부터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등의 생각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손쉽게 생각해왔던 남ㆍ녀간에 지켜야 할 기본적 예의를 찾게 해주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부터 그 중요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동안 직장 내에서 남녀 사이의 자연스런 관계 맺음이 서툴러왔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지 못한 남녀 사이의 부자유스러움은 학교생활에서조차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때문에 직장에서조차 남성과 여성은「동료」이기보다는「이성」이라는 개념 속에 묶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의 여성 진출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전문직에서부터 단순직에 이르기까지 여성 인력의 활용은 점차 그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것은 성희롱과 같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위자료 판결 사건은 우리 사회의 모든 남성들이「올바른 여성관」을 정립하는 첫 걸음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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