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땅」에서 미사가 봉헌됐다. 그것도「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과 동료 순교자 대축일」미사를… 1945년 해방과 함께 성직자들이 모조리 체포돼 목숨을 잃은 후 자취를 감추어버린 종교의식이 북녘땅 한 호텔방에서 40년만에 재현된 것이다.
바로 그날 TV뉴스시간을 통해 간간이 비추어진 미사장면을 지켜보면서 남쪽의 신자들은 표현할수 없는 감동과 함께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맛보아야했다.
40여년만에 침묵의 땅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지학순주교의 가슴도 한없이 미어지는 듯했다. 이산가족의 한사람으로 고향방문단에 지원해 북녘땅을 밟았던 지학순주교、교회지도자의 한사람으로 한국교회를 함께 이끌고있는 막중한 위치의 그였지만 꿈에도 잊을수 없었던 누이동생의 얼굴을 대하면서 오열을 터뜨릴수밖에 없었다.
남과 북으로 갈려진 가족이 꿈결처럼 만나는 애절한 모습이 TV화면에 비춰진 그 며칠사이 북쪽에 고향을둔 나의 어머니는 TV앞을 떠나지 못한채 안절부절했다. 유난히 빠른 초저녁 잠때문에 저녁 TV프로를 전혀 시청하지 못했던 어머니였지만 지난 3박 4일간의 뉴스시간만큼은 한번도 놓친적이 없었고 눈물 또한 마를날이 없었다. 마치 북쪽에 남겨두고 온 친정어머니ㆍ누이동생을 자신이 직접 만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어찌 우리 어머니만의 모습일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번 남북고향방문단의 가족상봉은「만나자 이별」로 이어졌다. 황홀한 기쁨은 더 큰 안타까움만을남겨놓았다. 가족들이 만난시간을 합한다면 모두 5시간이나 될까. 40년 단절의 한을 풀어내기에는、혈육의정을 확인하기에는 너무도 짧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만남이 오히려 상처를 깊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도 우선 결코 이루어질수 없을것 같았던「사건」을 우리시대에 만들어냈다. 40년만의 남과 북의 만남이 그렇고 평양땅에서의 미사가 더욱 그렇다.
이제 우리는 다시는 갈 수 없으리라던 북녘땅에서 103위 한국순교성인 대축일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던「기적」을 우리의 기도로 거듭나게 해야 할 시점에 섰다. 그것은 목숨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성인들의 삶을 오늘에 증거하는 가장 값진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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