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어느부대에서 중위 달고 군종신부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지역은 넓고 험난하고 부대가 많고 멀리 떨어져있는고로 신자를 만나기가 어렵다. 주일미사 참례자라야 공소강당에서 장교 10여명 사병 7~8명이 고작이다. 나머지는 군대주위에서 벌어먹고사는 민간인들이다. 신자사병들을 만날 생각으로 찾아 나서기로했다. 명목은 야간인격지도교육이라 해놓고 30여개 부대에 정식공문을 돌려 약 한달간 부대마다 방문을 했다. 보통 30~40km떨어진 부대를 야간에 방문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심했다. 어떤 부대에서는 천주교신자 모이라하니 한사람이 나왔다. 고백성사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운전병을 내리게하고 찦차속에서 고백을 듣다보니 그나마도 조당자였다.
또 어떤부대에서는 교육후에 신자가 다 모였다하여 교회에 가보니 약 20여명이 나왔다. 너무나도 반가왔다. 잠시후 또 30여명이 우루루 들어왔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미사를 시작했다『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했더니 어럽쇼 대답이 없다.『또한 사제와 함께』를 안하는 거였다. 그래서 미사를 중단하고 천주교신자『손들어』라니까 수명이 들었다.『나머지는 뭐냐?』하니『저는 개신교자입니다』『저는 불교신자입니다』하는게 아닌가?『너희들 왜 여기왔니?』하고 물으니 중대장이 가라고해서 왔다는것이다.
아마도 천주교신자가 적으니까 미안해서 아무 종교신자나 다 동원해준 것 같다. 그래서『그럼 좋다. 이왕 미사에 참석했으니 끝까지 구경하는 셈치고 내 말 잘들어라. 첫째로 미사중엔 경건한 자세로 임해달라. 둘째로 미사중에 이 수건을 벗기고 이잔을 열었다 덮었다하고 나중엔 씻는데「묘기대행진」에 나오는 마술사처럼 생각하지마라 잔의 뚜껑을 연다고 비둘기가 날아가는게 아니다. 셋째는 미사 지내는 연습을 지금부터 하자. 나눠준 기도서를 보면 십자표시된 것은 내가 하는 부분이고 동그라미속에 점이 콕찍힌 것은 여러분이 하는 것이다. 알겠나?』『예 잘 알겠습니다』『그럼 연습해보자』『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니 그제서야 우렁차게『또한 사제와 함께』가 나왔다. 옳다 됐다. 그리고는 미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미사를 연습시켜서 지내자니 자연 늦어져 밤 12시넘어 집에 돌아오곤 하였다. 운전병이 졸지않게 어깨를 두드려주며 옛날 얘기를 들려주면서 돌아올땐 아닌게 아니라『눈물이 납니다. 참말로!』
우리 본당의 어떤 할머니는 주일미사에 참례하려고 아침식사를 안하고 차를 타신단다. 멀미때문이다.
그리고는 미사후엔 16km를걸어서 집으로 간다. 올때는 미사시간에 쫓겨서 할 수 없이 버스를 타야한다. 그러나 버스 타면 토하므로 아침식사를 굶는다는 것이다. 갈 때는 쫓기지 않으므로 차냄새 맡기싫어 16km를 걸어간다는 얘기다. 20km떨어진 한 노부부가 나중에 물어보니 장마에 다리가 떠내려가서 교통이 두절되어 못왔다한다.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고 신부님ㆍ수녀님을 모신 신자들아 행복하여라 너희는 쉽고 편하게 위로를 받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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