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신」이란 거짓된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유혹이었습니다. 저 마음의 밑바닥에서 울려나오는 이 소리는 나를 어지럽혔으며 피정에 모인 모든 사람들로부터 거리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이 소리는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나에게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며 하느님께 불쌍한 저를 온전히 받아 달라고 피정 기간 중에 매달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차 성령 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느끼게 되었고 가슴 속은 자꾸만 구슬 같이 맑아졌습니다. 그저 파랗게 보이기만 했던 하늘은 온통 나의 무지개로 보였습니다. 개인면담 시간이 되면서 나는 자신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은혜까지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면담해 주시는 봉사자님을 통하여 이웃 안에 진정한 주님의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넷째 날, 그동안의 가르침들이 커다란 은혜가 되어 나에게 들어왔습니다.
신부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성령안수를 통하여 나는 분명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완전하신 인격으로 저와 같은 죄인도 찾아주셨으며 또 맞아주셨습니다. 순간 말할 수 없는 감사와 감격의 눈물이 샘처럼 흘렀으며 온통 마음은 기쁨에 찼습니다. 안수를 받으며 머리는 무겁고 어지러웠으나 분명한 사고를 주셨습니다. 머리 위에는 실제로 뜨거움과 훈훈함을 느꼈으며 목으로 부터 시작하여 양 볼에는 뜨거운 공기가 팽창하는 듯하여 뺨이 터질 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주님께서는 말씀을 주셨습니다.『나는 너를 말할 수 없이 사랑한다. 너도 그러하냐』정말 놀랍고 기뻤습니다. 나는 가눌 수 없는 열정에 완전히 나를 주님께 맡기며 모든 것을 주님 앞에 불사르고 싶었습니다.
찬양시간에는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디쯤에서 끝낼 수 없이. 그러면서 발바닥은 신을 신을 수 없이 답답하고 열기에 찼으며 세속적인 체면과 창피함도 없이 그저 주님께 나의 맘을 알려드리고 싶고 표현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나의 눈은 선천적 근시였고 15년 전 항암치료의 휴유증으로 더욱 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은 유난히도 앞이 잘 안 보이며 자꾸만 시야가 우유빛으로 안개 낀 듯이 보였습니다.
몇 번이나 렌즈를 닦아 끼워야만 했으므로 치유를 받고 싶은 맘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장님 같은 나의 시력은 조금씩 조금씩 잘 보이는 듯했습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기쁨 속에 보는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제 마음은 비워가기 시작했고, 숨겨 놓았던 미움들이 표면으로 떠올라 사라져 갔습니다.
환희에 찬 나의 마음은 성령 안에서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나는 그 묵상회를 전혀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빨리 남편에게 이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기 막힌 현실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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