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광명…★
전례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깊으신 본당 신부님께서 성주간 전례의 절정인 부활 성야의 전례 지침을 보좌신부와 의논하시는데 첫 부분부터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신다.
즉, 빛의 예절 부분에 예년에는 초 축성 이후 부활 대초에 불 밝혀 들고 하던『그리스도의 광명』부분을 반대로 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키고자 하셨다.
따라서 주임 신부님께서 먼저 어둠 속에서『그리스도의 광명』하시면 바로 뒤에서 계시던 보좌 신부님께서 미리 준비해 있던 성냥으로 불을 짝 켜서 부활 대초에다 붙이라는 것이었다.
여러 번 강조하시면서 특히 불 붙히는 시간 즉, 박자 관념이 중요하다고까지 하셨겠다.
이윽고 성대한 부활성야, 성당 안은 일제히 불이 꺼지고 신자들은 모두 뒤로 돌아서 있는 가운데 고요한 침묵을 깨뜨리고『그리스도의 광-명』하는 주임 신부님의 장엄한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그리고는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하나, 둘」하고 박자를 세는데도 도무지 불이 켜지질 않는 것이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된 신부님이 다시 한 번『그리스도의 광-명』하고 외쳐도 묵묵부답이다.
다급해진 본당 신부님, 어둠 속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 보좌 신부를 향해『그리스도의 광-명』하고 알아들었느냐는 듯 소리 질렀다.
그러자 느닷 없이『쥐가 오줌 쌌-다』하는 얼투당토 않는 보좌 신부의 응답이 있는 게 아닌가. 화가 난 본당 신부, 다시『그리스도의 광-명』하시자 보좌 신부 쩔쩔매며『쥐가 성냥에 오줌 쌌-다』
두 분의 공방을 어둠 속에서 침묵 가운데 듣고 있던 해설자『오늘 전례는 파-이다.』
★…부제님의 장백의…★
갓 서품된 부제 한 분이 계셨다.
본당 신부님은 평소에는 인자하시다가도 전례에 임하실 때에는 여간 엄하지 않는 분으로 정평이 나 계신 분이었다.
부활성야 미사 때 장엄 행렬을 지어 입당을 할 때부터 부제님의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다. 이거 큰 일이다 싶지만 가까스로 부활 찬송을 억지로 마쳤다. 그러자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막 강론대로 걸어 나오시는 본당 신부님께 귓속말로 사정 이야기를 드렸다. 그러자 얼굴을 찡그리시던 본당 신부님이 부제에게 신자들 눈치 채지 못하게 초복사 두 명을 앞세우고 가운데 통로로 행렬해 나가서 얼른 볼 일을 보고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로 하라고 역시 귓속말로 일러주셨다. 그리고 덧붙이시되 강론 끝나기 전까지 오라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일 초가 급하지만 부제는 본당 신부님의 말씀대로 되도록이면 장중한 걸음으로 합장하여 초복사 둘을 앞세우고 중앙 통로로 빠져나갔다.
서둘러 볼일을 마친 부제가 시침을 떼고 엄숙한 표정으로 역시 가운데 통로로 초복사를 앞세우고 들어오는데 뒷좌석의 신자들이 차츰 웃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본당 신부님이 말씀을 하셨는 게 아닌가?」하고 의아심을 지닌 부제가 제대 앞까지 다다랐을 때는 성당 내의 모든 신자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신부님이 카셨지예?』하고 부제가 소리 죽여 물었다. 그러자 강론을 거의 마무리하시던 본당 신부님께서 마이크에서 입을 떼지 않으신 채로『아이고, 이 부제야. 뭘 좀 속이려면 똑똑히 속이던지…니 장백의가 와 바지 가랭이 속에 들어가 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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