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모두가 신부님을 모시고 성우양로원을 갔다. 어찌나 길이 막혔는지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을 했다.
여러 번 벨을 눌러도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어, 이상하다. 오늘 우리 신부님이 미사하기로 하셨는데…』『그냥 갑시다』『다른 신부님이 오셔서 미사하시는 모양이다』(세상에 30분 늦었다고 다른 신부님을 불러 미사를 드리는가?)
돌아서는 순관 꽝! 하고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겠어. 『세상에…하느님, 미안해요. 감사한 마음을…』
2층에 올라가니 할머니들께서 미사보를 쓰시고 기다리시며 우릴 위해 기도를 하고 계시지 뭐야.
우린『죄송, 죄송, 죄송』하며 바삐 서둘러 자리에 가서 앉고 나는 반주를 시작하면서 성가를 할머니들과 같이 불렀다.
미사 후 할머니들께 설날 노래 부르며 세배하고 대모 할머니, 조안셀모 수녀님께 세배를 드렸더니 세뱃돈까지 주시지 뭐겠어.
점심을 먹은 뒤 우린 윷놀이를 했어. 나하고 신부님의 대결. 내가 이겼지. 기분은 좋았지만 내가 어찌 신부님을 이길 수 있겠어.『어린 아이니까 져준 거겠지』하고 생각하고 난 너무 좋아하지는 않았어. 양로원 할머니들도 모두 함께 즐기며 기뻐하셨어.
엄마랑 난 살며시 어느 방엘 들어갔지(엄마는 이곳을 오래 전부터 찾아오셨기에 거동 못하시는 할머니가 계심을 아시거든).
하느님! 이럴 수가. 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93세이시래. 온 몸이 부어올랐는데, 손등이 내 얼굴만 한 거야. 꼼짝도 못하시고 앉아 계시는데 누워 계신 것보다 앉아 계신 것이 덜 아프시다는 거야.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우실까 어떻게 도와드릴 수 없을까.
다 끝내고 신부님을 본당으로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지. 저녁 기도 때에 하느님께 즐거웠던 일을 감사드리고, 아픈 할머니를 도와 달라고 기도를 했지. 할머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와…
『할머니 몸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이지선(가타리나)ㆍ경기도 이천군 이천읍 창천2리 168-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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