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가던 첫해의 부활대축일이었다.
말 배우기를 막 시작했던 터라 아무 것도 귀에 들어오는 것은 없고 무조건 쫓아만 다닐 때였다. 그 당시 그 나라도 부족간의 내란으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행방불명으로 생사를 모르는 처지라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두려움에 쌓여 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신변의 불안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부활 성야미사에는 발들여 놓을 자리도 없이 성당을 꽉 채웠다.
빛의 예절이 장엄하게 끝나고 말씀의 전례가 시작되었다. 독서자들은 긴장된 목소리로 책을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해주듯 구수하면서도 생생하게 말씀을 들려주었다. 독서와 성가는 번갈아가며 세 부족 말로 진행됐지만 그 어느 말도 나에게는 같은 소리였다. 마림바 악기가 쳐지고 여러 개의 북이 둥둥둥 울려퍼지자 남녀노소, 수녀, 신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일어나 춤을 추며『그리스도 부활하셨다. 알렐루야』를 목청껏 몇 번을 되풀이해 부르는 것이었다. 그 환호 소리는 예수님이 정말 살아서 우리 가운데로 걸어 들어오시는 것을 환영하는 듯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분이 어디 계신지 둘러보며 찾고 있었다.「북은 미사의 중간중간 꾸밈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는 모두가 색맹이 된 듯 피부 색깔의 다름으로 인한 인종 차별의 아픈 상처와 미움도 보지 못했고, 부족간의 갈등과 불신의 시비도 가리지 않았다. 다만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새 형제로 어우러져 격없는 인사의 한마당을 이루었을 뿐이다. 이런 속에서 전례는 4시간이나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았고, 아무 것도 알아듣지 못한 나도 지루함보다는 진정한 부활의 의미를 깨닫고 기쁨에 들떠 있었다.
미사 후 사람들은 거리의 어두움도 두려워 않고 계속 부활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하느님은 투박하고 솔직한 삶을 사는 이 사람들을 통해 얄팍한 지식, 세련된 이상 그리고 문명의 우월감에서 베풀려고 했던 나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리스도는 훌륭한 성가대의 화음에서 아름답고 정교하게 장식된 성당에서 또는 세례된 전례 형식에 의해서 부활하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 안에서 부활하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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