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의 올해 신자 수는 1백만 명 하고도 9만5천 명을 넘었다. 지난해보다 약 4만 명의 신자가 더 늘어난 셈이다. 한국 교회 전체 신자 수가 3백20만 명을 넘어섰으니 서울대교구는 한국 교회 신자 수의 30% 이상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성장과 발전을 수치만으로 계산한다면 지난 20여 년간 한국 교회는 3배가량의 성장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 교회 성장의 리더는 단연 서울대교구였다. 이는 70년대 중반 약 30만 명이던 서울대교구의 신자 수가 3배 경신한 지난해 신자 수가 정직하게 입증해 주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성장이 경이로운 것은 인구 대비 신자화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통계표상으로 서울대교구는 인구 대비 신자화율 10% 고지를 넘어섰다. 20여 년 전 4%를 밑돌던 서울대교구 신자화율은 지난 80년대 초5.89%까지 올라간 바 있으며 90년대 초 8.4%에 돌입하더니 결국 10%대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서울의 인구 수 1천 92만5천4백64명에 신자 수가 1백9만5천25명이니 정확히 10%대를 넘어선 것이다.
인구 대비 신자화율 10%는 한국 교회 사상 처음 맞는 신기록이다. 지난 70년대 그리고 80년대를 지나 90년대를 거쳐오는 동안 한국 교회의 성장도 성장이려니와 서울대교구의 성장에는 놀랄 수밖에 없게 된다.
수치상으로 볼 때 분명 자랑스러운 성장이지만 이 성장은 곧 풀어야 할 숙제를 교구에 안겨준 셈이 됐다. 그것은 커진 몸체를 보다 잘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당연한 요청일 수도 있다. 최근 서울대교구가 발표한「교구청 조직 개편」은 바로 서울대교구의 이 같은 고민과 과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풀어 나가려는 의지라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새 보좌주교 탄생과 더불어 시작된 서울대교구 조직 개편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70년대의 교구청 업무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30여만 명을 관장하던 70년대、서울대교구의 교구청 업무는 사무처를 중심으로 관리국 사목국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80년대 2명의 보좌주교를 탄생시킨 서울대교구는 관리국、사목국에다 홍보국、교육국、성소국 등으로 기구가 확장됐고 사회사목 분야에서 여러 개의 기구가 교구 산하 기구로 늘어났다. 물론、그동안 관련 단체와 업무의 확장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90년대 들어 시작된 서울대교구의 새로운 결단과 선택은 커진 교회가 감당하기 힘든「공동체를 찾기 위한 몸짓」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천년대 복음화를 향한 서울대교구의 여러 가지 시도들은 얼핏「작아지기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작아지기 위한 서울대교구의 노력 속에는 사귐과 나눔의 공동체로서 신자들이 인격적 만남이나 친교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이번 서울대교구 조직 개편 속에는 바로 광범위한 교구 살림살이를 관리적 측면에서 나누어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교구의 의지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국 단위로 구분되어온 교구 각 부처는 사무처를 필두로 교육부、사목부、사회사목부、그리고 축성생활회 등 모두 5개 부처라는 커다란 테두리로 나뉘었다. 교구의 제반 사무행정과 의전 등을 책임지는 사무처를 비롯 5개 부처의 구분은 교구 업무의 짜임새 있는 운용을 시사하고 있다.
각 부처간의 정확한 업무 분담을 통해 교구 행정과 사목의 효율화를 겨냥한 서울대교구의 이 같은 결단을 보는 신자들의 기대는 자못 큰 것 같다. 교구의 제반단체는 물론 다양한 직능단체까지를 묶어 관장하도록 한 이번 조치를 통해 더 이상 사목의 사각지대를 버려두지 않겠다는 교구의 의지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서울대교구의 인구 대비 신자화율 10%는 곧 열 명 중에 한 명이 신자라는 단순한 계산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는 10명 중에 한 명에 해당하는 신자들의 사명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다. 신자 비율이 높아진 만큼 사회의 분위기도 복음적인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치상으로는 이처럼 단순하기만 한 계산은 현재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불의와 부패가 판을 치고 사람들의 도덕심과 양심은 치유하기 힘든 불감증 상태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가는 신자 수와 사라지지 않는 부정의와 사라지지 않는 부정의와 부도덕、서울대교구의 새로운 선택은 바로 이 같은 우리의 현실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희망을 갖게 하는지 모른다.
최근 우리 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기성종교와 종교인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교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불행한 사태 역시 종교와 종교인의 위상에 새로운 자리매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가 자기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종교인은 자기의 구령만을 위해、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종교를 믿어서는 곤란하다. 잘못 흐르는 물줄기는 바로잡고 잘못 부는 바람을 잠재우는 것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필요한 종교이자 종교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 10명당 한 명이 신자인 서울대교구가 이 일을 앞장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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