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처음 그 사회에 주었던 기쁨과 이익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슬픔과 폐해로 둔갑해가고 있다. 재미있고 유익했던 TV가 이제는 폐단의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 있을까. TV의 영향이 사회의 각 분야에 걸쳐 기능적이기보다는 역기능적인 현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TV는 대중매체의 권좌에 올랐다. 그런 TV가 사회적 이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가설이 부분적으로 검증되기 시작하면서 TV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TV가 차지하는 위치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현실 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생활의 일부가 된 생활매체로 자리잡고 있다. 가톨릭신문 3월 13일자에 의하면 교황청 발표로『모든 수도자들에게 과도한 TV 시청은 봉헌된 삶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고의 이유를 형제적 대화가 줄어들고、언론의 획일적인 틀이 수도자의 의견을 유도하고、복음과 마찰을 상승시키고 있음을 들어 언론에 대한 비판적、이성적 판단을 통해 수도생활에 방해 받지 말아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물며 어린이와 청소년에 미치는 악영향은 위험 수위에 올랐다. 이제는 환상의 늪에서 구출해야 할 형편이다.
미국 심리학협회(APA)의 최근 보고서는「폭력물 시청과 공격적 행위」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로 한 어린이가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8천 건의 살인과 10만 건의 폭력을 보게 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어린이들이 공격적 행위를 하는 것 외에도 그들은 커가면서 자신도 폭력의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폭력에 대해서 더욱 무감각해진다고 또 다른 보고서(CQ RESERCHER)S는 밝히고 있다. 미국의 현상이 국제화(?)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우리 사회에 흡수된 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우리나라의 한 조사 보고서 (1월)에 의하면 자녀의 1주간 TV 시청률은 89.4%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1일 시청 시간도 1시간미만은 줄어가는 반면 1~4시간으로 늘어가고 있다. TV와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른 시간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부모나 형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든가 아니면 더 유익한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이를 부채질하듯 TV 보유 양상에도 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TV를 2대 이상 보유한 가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TV 크기의 대형화(21인치)가 91년 13.4%、92년 20.7%、93년 29.8%로 상향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TV에 대한 기대와 의존도가 늘어가는 꼴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회적 일탈현상이 늘어가는 요인을 다각적으로 추려내지만 그들에 대해서 악영향을 제공한 주범은 보이지 않고 언제나 개인적 또는 가정적 환경으로 외면해온 것이 공적 기구의 관행이었다. TV 방송사가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어린이의 건전한 정서와 교육적 가치로 내놓는 긍정적 취지를 늘어놓고 있다.
TV 프로그램 속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적 내용은 TV가 해석하는 것과 시청자가 수용하는 정도의 차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흔적을 본적은 없다. 제작자와 시청자의 시각 차이가 크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사에서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교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만화나 연속극의 교양적 가치를 누가 해석하고 있는가를 보면 어린이가 아니라 방송사나 어른의 관점이다.
수입된 TV 만화의 폭력적 장면도 우리 어린이에게 교양으로 둔갑하여 제공되는 셈이다. 만화의 폭력은 무엇을 위한 폭력인지 모를 정도로 자극적이다.
미 의회에서는 지난해 6월 말에 TV 폭력물에 대한 논쟁은 TV 폭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지난 40년간 TV 폭력물에 대한 논쟁은 TV 폭력이 반사회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아닌가에 대한 것이었다. 오늘 우리는 그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TV 폭력법」을 제정할 것이다.「부모 동반 시청요망」의 경고 표시제는『폭력적 내용이 담겨져 있음으로 부모의 사려 깊은 조언이 요망됨』이라는 내용을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중간 브레이크 타임 、홍보 자료들에 부착될 것이라 한다. 수년간 영화와 TV의 내용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를 반영하고 있음으로 경각심과 교육적 효과를 제공하였다는 반대 이유를 되풀이하여 주장해왔으나 이제는「폭력 묘사의 원칙」을 제정하는 등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되었다. 우리의 현실이라는 환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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