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미사 주례를 서면 마지막 코스가 사진을 찍는 일이다. 어머님의 결혼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사모관대 족두리를 쓴 흑백 사진 한 장이었다. 50년 전에 사진까지 찍은 걸 보면 결혼사진이야말로 참으로 소중한 추억의 재신임이 확실하다. 일생 한 번뿐인 순간이라 사진이 실패하기라도 하면 소송까지도 간다고 한다. 결혼 당사자들이 무엇보다도 사진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결혼사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봉투에 담겨진 몇 장 정도였는데 요즘은 아예 앨범으로 제작되어 나온다. 그렇게 멋있고 예쁘게 찍힐 수가 없다. 영화배우 따로 없다. 사진 기술의 발전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 신랑 신부 뒤에 선 나만 유독 형편없이 나온다. 아무리 들러리기로서니 매번 소도둑놈 얼굴 같이 나오니까 주례신부 권위와 체면이 말이 아니다. 내가 사진기 앞에만 서면 유치원생처럼 몸이 굳어지고 눈을 잘 감는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 어머님은 내가 가장 잘 생겼다고 몇 번씩이나 그랬고 내가 봐도 실물은 괜찮은데…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니까 사진 찍는 게 제일 싫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요즘은 신랑도 화장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도 우리 제의방 수녀님께 기초 화장이라도 부탁해 보든지 무슨 수를 써야 할 것 같다. 내가 화장해도 신부 화장(?) 아닌가.
젊은 부부의 파경이 의외로 많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부부가 준 사진을 보면서 나는 기도한다. 사진 잘 찍히려고 신랑까지 화장하는데 제발 살아가면서도 항상 서로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영혼 얼굴도 열심히 단장하고 살아가기를, 고운 얼굴 찌푸리지 말고 한평생 성가정으로 살게 하시기를, 면사포도 쓰지 못하고 결혼사진 한 장 없이 살아가는 부부에게도 아름다운 축복 듬뿍 내려 주시기를….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박기호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보혈선교수녀회 강효선 수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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