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 교사학교 마지막 날이다.
교사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생각에 새로 오신 신부님께 전화를 드렸다.
『신부님, 오늘 교사학교 마지막 날이예요. 새로운 마음과 의욕을 갖고 있는 교사들 마음에 불을 질러 주세요. 신부님께서 오시면 교사들이 만은 힘을 얻게 될 거예요』
『불 지르려면 휘발유 가지고 가야겠네』
강의가 끝나 교육관을 나오자 각 본당에서 꽃다발을 들고 지도 수녀님들, 교사학교에 참석 못한 교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청소년 분과장님께『신부님 오셨나요?』하고 물었다.
『오셨어요. 어! 금방 계셨는데 어디로 가셨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휘발유를 가지고 오시겠다던 신부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당에서 꽃을 주고받는 다른 본당의 교사들을 보면서 조금도 부럽지 않은 체 했지만 얼마 전에 갔던 레스토랑에서처럼 만나기로 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추워서 차 안에 들어가 기다리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주신 신부님께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마당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렸다.
마당을 꽉 채웠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한참 후에 신부님이 뛰어오셨다.
『교사들에게 무엇을 사 줄까 생각하고 있는데 다들 꽃을 들고 들어오길래 밖에 나가 꽃가게를 찾았지. 그런데 꽃가게가 보여야지…내가 기다렸다가 꽃을 주어야 하는데 도리어 나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교사들 모두에게 나누어줄 장미 한아름을 들고 오신 신부님을 보니 춥던 것도, 기다림도 잠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를 받아든 순간 가슴이 따뜻해져옴을 느꼈다. 장미를 사러 부평 시내를 돌아다니신 신부님의 모습을 떠올리니「이 불이 오래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고 있는 꼬맹이들의 가슴에 나는 어떻게 불을 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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