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 신부 시절의 얘기다. 어느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부대에 근무하면서 예하부대를 방문한적이 있다. 저녁을 일찌감치먹고 운전병과 차를타고 또 다른 부대로 신자를 찾아나섰다. 제목은 인격지도 교육이라고 근사하게 통보해놓았는데 부대에 가보니 내무반에 전사병을 모아놓았겠다. 사실 인격지도교육이란 말 자체도 약간은 문제가있지만 너무 딱딱한 내용으로 하면 졸 염려가 있어 제목을 정해놓고 약20분정도 얘기해주고나서 나머지 30분은 다른방법으로 때운다. 항상 만돌린을 자동차에 싣고 다녔는데 바로 그 연주시간이다. 될수있는대로 고향생각ㆍ애인생각이 나게끔 눈물이 나도록 슬프고 느린곡을 조용한 밤에 연주를 해주니 그야말로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병사들의 혼을 빼놓은 뒤에 하느님 얘기 좀 해주고 가급적 처량하게 감정을 넣어 기도해주니 훌쩍거리는 병사도 있었다. 아무튼 이런식으로 한시간을 적당히 때우고 난뒤엔 미사시간이다. 신자 5명이왔다. 또 마술사 얘기를 해줘야하나 싶어물어봤다.『천주교 신부 본 적이 있나?』『논산훈련소에서 뵙고 처음 뵙습니다』『제대 얼마 남았나?』『예 약 한 달 남았습니다』『미사통상문은 기억하나?』『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좋아 그럼 같이해 보자』『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끝까지 연습시켰다.『자 그럼 영성체하려면 고백성사를 봐야지? 한 사람씩 이쪽구석으로 오고 나머지는 고해소리가 들리지않도록 성가연습을 크게해라. 알았지?』그리고는 한쪽끝에서 성사를 주는데 웬 군기가 그리도 들었는지『넷 ○○죄를 ○○번 범했습니다』하고 큰소리를 내는데 마침 한쪽에서 성가연습하던 사병들이 성가를 중간에 그친다. 고해자에게 양해를 구하고『얘들아 왜 그치지?』물으니『성가를 잘모르겠습니다.』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노래 중간 토막을 다시 연습시켰다.
그리고는 고해성사를 계속하는데 또 성사가 그친다. 이때 고백하던 병사가 또 큰소리로『○○죄를 범했습니다』말하니 나는『얘야 목소리 좀작게 살살해라』하고 주의를 주면서 마쳤다. 그중 한사병이 제대를 차렸는데 너무 작아 이상해서 물어보니『신부님 죄송합니다. 이것밖엔 없습니다』그것은? 바로 청소도구함 이었던것이다 이렇게 미사를 끝내고 다섯병사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오랜만에 성사를 봤으니 고향의 부모님께 성사표를 보내드리자. 부모님들께서 아들이 군대에서 성사 못보고 미사 참례못하는 것을 알고 얼마나 마음 아프셨겠느냐? 이 성사표를 보고 얼마나 기뻐하시겠느냐? 그리고 하느님은 큰 본당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비참한 처지에 있는 우리 가운데에 계시니 용기잃지말고 주일이면 주의기도 한번이라도 바쳐드리기로 하자』위로받는 사병과 함께 위로하던 나도 눈물을 흘렸다. 다 마치고는 운전병이 졸지않게 어깨를 두드려주며 집에 도착、새로 한시에 때아닌 성사표를 만들어 받아놓은 주소로 성사표를 보내준 적도 있었다. 군인주일이다. 우리가 생각도 못할 정도로 신앙생활을 하기어려운 여건하에있는 신자 사병들에게 위로를 보내자. 그리고 현재 군에 몸담고 있는 이들을 격려하며 성무를 집행하는 군종신부님들께서 용기를 잃지않고 사목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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