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각국의 경제형편을 자세히 소개하는 세계은행보고서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여기서 상위 중소득국으로 분류되었다. 우리의 국민총생산은 세계 21위요 수출규모는 14위、수입은 15위로 나타났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은 40위 밖에 되지않는다.
▼우리의 정부예산 지출항목에서 사회보장비는 10.5%로 이 부문에서는 선진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 고소득자 10%가 전체 국부(國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27.5%로 선진국에 비해볼 때 대체로 소득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이것은 수치로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체감으로 느끼고 있다. 나라의 모든 부는 서울로 모이고 소수의 재벌들이 그 부를 독점하고 있다. 재벌그룹은 문어방식으로 기업을 확장해가고 심지어는 중소기업의 영역에 까지 침식해간다.
▼부의 편재(偏在) 현상은 자유자본주의의 소산이지만 자유자본주의 체제가 낙후되었던 우리경제를 오늘과 같이 성장、발전시킨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볼때 부는 그자체로서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잘못 쓰여질 때 나빠지는 것이다.『부자가 천당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성경말씀으로 부는 나쁜것이요、부자는 악한사람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성서의 사상에서 부를 나쁘게 보는 것은 다음의 두가지 경우 뿐이다. 하나는 부가 타인을 지배하는 수단이 될 때와 또 하나는 부가 그 주인을 사로잡을 때이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누구나 자기의 사회적지위에 어울리는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신분이 어떻게 얻어지는 것이냐를 따진다.
▼첫째 자기의 주어진 신분을 바탕으로 노력을 쌓아서 이룩한 지위로、이 경우는 일단 정당한 것으로 본다. 둘째는 상속에 의해 얻어진 신분으로、이경우는 일정한 한계를 정해서 인정한다. 오늘날 상속세가 고율(高率)의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셋째는 재산을 취득하고 이를 축적함으로써 얻어지는 지위로 이 경우는 돈이 돈을 번다는 소위 부익부(富益富)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어 매우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이 경우 질서를 문란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그 대부분을 사회로 환원시켜 공동선에 공헌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상위 중소득국이니 중진국의 선두그룹이니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느니 하는 말들로 자부심을 가질 것이 아니다. 성장과 발전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데 더욱 힘써야 할것이다. 체제우위론도 남북대화의 주도권도 인간존중과 정의ㆍ사랑이 없다면 헛된 말장난일 뿐이다. 지식이든 권력이든 부이든、가진자들의 선의에 호소해본다. 공동선을 행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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