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시간이 되면「뉴욕」의 지하철 전차는 문자그대로 생지옥과 같은 초만원이다. 그런데도 미국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책을 들고있다.「동경」교외 전차에서도 승객의 약 반수는 독서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류층 이상이 이용한다고 생각되는「새마을」을 타보면 단행본을 들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가 않은것같다.
◆책 안읽는 한국인
대체로 우리나라 국민은 책을 안읽는다. 우리가 1년에 평균 1권의 책을 읽을 때 일본인은 17권, 미국인은 43권을 읽고 있다고 한다. 몇해전에 주간지「뉴우스 위크」에「한국인이 몰려온다」는 특집이 나온일이 있었다. 이 특집이 나오자 일본경제계는 바짝 긴장하여 한국에 경제진상조사단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이 김포공항을 떠날때는 안심하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 이유야말로 간단 명료하다. 즉 한국사람은 책을 읽지않는다는 사실인것이다.
한국의 가톨릭신자의 영적독서현황은 어떠한가? 3, 4년전 우리나라 어떤 수사님의 보고에 의하면 이 나라 가톨릭신자 한 사람이 1년동안 1천원짜리 교회서적 한권을 구독하고 있으며 이 수치도 전례서적을 제외한 순수신심서적을 읽었다고 가정하면 신자 한사람이 단 6백원짜리 책한권을 읽은 셈이된다. 일본에도 서원을가지고있는 어떤 수도회의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일본의 신자는 한국의 신자보다도 월등하게 많은 영적독서를 하고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국내 가톨릭계 서점에서는 중년 이상은 성물을 많이 사가고 청소년은 나름대로 교회서적을 산다는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많이 팔리는 것은 주로 기도서, 교리서, 성가집과 성서 등 이라고하며 신자들의 교회서적에 대한 무관심에 서글픈 생각이 들 뿐아니라 교회의 앞날이 저으기 걱정스럽다는것이다.
신자들이 일간스포츠신문에는 관심이 대단하나 교회신문에는 냉담하고 제 3공화국 비화에 열을 올리고있는 월간지 구입하는데는 아까운 생각이들지 않지만 교회의 월간지를 구독하는데는 인색하다면 우리 모두 신자로서 한번쯤 반성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교회 월간지 구입에 인색
2백주년 기념 사목회의의 사회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이 나라의 희망이요 등불이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 청소년의 성서를 포함한 신앙서적을 일고 생활하는 빈도를 조사한 결과 자주 읽는다는 것이 불과 5.78%밖에 되지않는다는 사실에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그 나라 신자들의 영적독서력은 바로 그 나라 교회의 영적저력의 지표가 되며 신앙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교회관계의 신문이나 잡지 또는 서적이 천대를 받고 읽히지않는 무지와 불모의 교회에서 쇄신이나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맹신과 무지의 시대는 지나고 바야흐로 지성의 교회가 되어야할 것이다.
현대처럼 영적독서로써 깊은 영성과 굳은 신앙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는 없을것이다. 주일미사때 15~30분정도의 강론으로써 신앙이 충분히 유지된다고 믿는 신자가 있다면 이것은 신앙생활을 너무나도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 교회에서 속출하는 많은 냉담자는 실은 영세후 영적독서로써 계속 신앙을 심화하기 위한 평생교육과 자기 수련을 태만히하는데 있지않은가 생각된다.
작년 5월 6일 사목회의 개회식에서 교황성하께서 하신『교세 확장이 곧 교회발전은 아니다』는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신자의 수적팽창도 중요하겠으나 동시에 질적향상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교회출판물의 읽기권장과 보급은 출판물보급주일의 강론이나 헌금만으로써 만족할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긴급한 사목과제로서 진지하게 다루어야할것이다.
◆흥미없다 핑계
신자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는 영적독서를 우리들은 스스로 많은 핑계를 붙여 회피한다. 그 가운데 흔히 말하기를 교회서적은 흥미가 없다고한다. 그러나 교회서적은 탐정소설이나 연애소설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우리의 고귀한 영혼을 정화하는 책이다. 영적독서에서는 흥미본위의 세속적 독서에서 얻을수 없는 차원높은 신락(神樂)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영적독서를 못한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하루에 30분쯤 독서를 위해서 시간을 염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의에 달려있다. 영적독서는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인것이다. 히느님께 바치는 시간은 그 사람의 신앙의 척도가된다.
◆선물은 책으로
가톨릭서적의 보급과 영적독서를 권장하는데 있어 몇가지 의견을 드리고자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성직자부터 교회서적의 보급과 신자들의 영적독서에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성직자는 주보와 미사강론끝에 또는 교리시간을 통해서 신간서적을 소개하고 책의 내용과 권장하는 말씀을 해주면 신자들의 독서의욕을 북돋아줄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영세 축하기념품, 입학 또는 졸업기념품으로서 영적서적을 선사했으면 좋겠다. 고백성사의 보속으로서 영적독서를 지적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당에 독서실을 마련하고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책을 구비하고 특히 어린이나 소년 소녀들이 어릴때부터 영적독서에 익숙하도록 각별한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또 본당마다 가톨릭독서회를 조직하여 지식층의 독서풍토를 조성하면 좋은 것 같다. 본당내에 서점이 없는 곳에는 주일 도서판매장을 개설하여 신자들로하여금 교회출판물에 대한 관심과 아울러 손쉽게 구입할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하도록 하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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