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주방에 내 여동생을 두었었다. 남편이 건축설계사로 외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시어머니도 젊고 시누이도 있어서 시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나를 도우면서 청양에서 지내게 된것이다. 여동생에겐 두 아들이 있다. 하나는 네살, 하나는 정확히 한살반이었다. 그래서 부를 때는「점반아」하고 불렀다 생수 1.5년이니까 말이다.
이 두조카와 함께 지내게되니 법적으로 아니로되 사실상 보호자는 나였다. 길거리에 나가놀면 자동차에 치일까봐 도대체 안심이 안되었다. 더구나 군청앞에서 성당까지는 급경사이며 4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군청앞에서 자전거타고 내리달리면 4거리에서 쉬지않고 성당앞까지 오게된다. 자동차라도 튀어나오면 그땐 불행인것이다. 어린이가 자동차를 무서워 할리없다.
형은 동생을 태우고 잘도 달린다. 그럴땐 일일이 살펴봐야 한다. 언젠가는 온갖 오물을 다 뒤집어쓰고 작은 아이가 돌아온적이 있다. 알고보니 자전거를 타다가(사실은 겨우 끌고다닌다)냇물에 떨어져 떠내려가는 것을 지나가던 사람이 건져냈다 한다. 큰 애한테 장차 너 뭐가 될래 했더니 처음엔 대학교수된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신부가 된다고한다.
자동차 타는 것을 하도 좋아해서 가끔 태워줬더니 큰놈이 한다는 소리가『신부님 내가 크면 자동차사서 신부님태우고 다닐거야. 그땐 신부님이 나이 많이 먹잖아』하는 것이었다. 작은 놈은 아직 말을 배우던 중이었다. 수녀님 소리를 못해서『시여님』한다. 한번은 미사후 제의를 벗고 있는데 작은 애가 제의실로 뛰어와서하는 소리가『시여님 하부키』한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수녀님께서 가끔 복사들에게 제의실에서 허브큐라는 사탕을 주는 모양인데 언젠가 얘가 그걸 보고는 달려와서 달라고 하길래 한번줬다고 한다.
그걸 또 얻어먹으려고 들어온 것이다. 식단도 가만히 보면 어린이 중심이다. 처음엔 눈치도 없이 갈치토막을 먹을 때 살을 먹었다. 가만히 보니 애엄마가 가시를 발라내어 애들을 먹이는게 아닌가! 다음부터는 살을 일체 먹지않고 뼈있는 부분을 내가 먹었다. 반찬도 가만히 보면 대개 무른 음식이다.
애기들과 같은 상에서 먹으니 아이들 좋아하는 소시지ㆍ치즈ㆍ김 뭐 그런 종류다. 매운것도, 자극성있는반찬도 별로 없다. 음악도 그렇다. 비오는 날이면 밖에 나가놀지 못하므로 어린이 음악을 틀어준다.
내응접실의 소파위에서 춤추고 넘어지고 온갖 방석을 다흩어놓고 난리다. 어린이가 있으니 어린이들이 모일 수 밖에 없다. 외국산 만년필촉을 눌러 그어서 촉이 휘어지지 않나, 엄마가 영성체하면 달라고 조르지 않나, 나중에 제 아빠가 휴가차 왔을땐 아빠란 개념이 없어서인지 내곁에만 있었고 가려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 어린이의 성장과정을 몸소 체험하였고 당분간 보호자 역할을 했었기에 어린이 키우는 부모의 심정을 알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소득이었던 것 같다. 참으로 귀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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