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날 노동자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H물산 여공들이 노동부 지방사무실에 들어가 항의하다 그중 5명이 구속된 것이었다. 이날 재판 중 변호인의 반대심문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노조위원장인 김양의 한달 봉급은 얼마이었는가?』
『저는 금년 26살인데 한달에 9만2천원을 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어떻게 생활했는가』
『65ㆍ66세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방세가 보증금 50만원에 매월 5만원입니다. 그리고…』
『그럼, 나머지 돈으로 어떻게 살 수가 있는가?』
◆“감옥이 오히려 편해”
『저는 감옥에 온 후 처음으로 잘먹고 있습니다. 여기서처럼 밥과 김치 국을 함께 놓고 먹어본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동료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저와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의 조합에서 지난 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이 점심값 떼고 잔업수당 다합쳐도 월 8만원 정도 집에 가져갔습니다. 다른 노동자도 감옥이 오히려 편하다고 했고 밥과 간장으로만 오랫동안 살았다고 했습니다』
『근무하고 있던 H물산의 지난해 이익금이 얼마인지 아는가』
『적립할 것 하고 배당금 나누어주고 순이익금만 4억원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한후 끈질긴 투쟁으로 회사가 지키지 않던 60여가지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었고 올봄에는 26%의 놀랄만한 봉급 인상에 성공했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근로자들이 월 10만원 정도받게 되었지만 해고되고 구속되었기 때문에 결국 인상된 봉급은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6월 노동쟁의로 떠들썩했던 D 어패럴은 H물산 맞은편에 있는데 노동조건은 서로 비슷했다. 지난해 양성공은 일당 2천 40원 본공 초임은 2천 4백원으로 종업원 2천명중 56.7%가 기본급 월10만원 미만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지만 소기업 못지않게 노동조건 역시 열악했다.
최근에 결성한 노동조합은 기본급 일당 천원의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측에서는 10%(2백40원)를 주장했다. 조합원들의 힘겨운 투쟁 끝에 8백40원을 인상하게 되었는데 20여일 후 투쟁을 주동했던 조합장을 비롯하여 3명을 구속했다. 이에 근로자들이 항의하여 농성을 시작했고, 그후 수백명이 해고당하고 일부는 감옥에가서 현재 재판중에 있다.
◆모든게 기업주에 유리
지난해 D그룹의 총 이익금은 7백억원이 넘었고 D 어패럴은 20여억원이었으며 금년 사건전까지의 이익금도 6억원이었다고 신문에 보도된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섬유 전자 등 생산직 근로자가 3백만명이며 이중 60%가 월 10만원 미만의 봉급을 받는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은 예외규정을 두어 기업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것 같다. 근로감독관, 경찰도 노사분쟁이있을 때마다 기업주 편에서서 사회혼란이 야기시킨다고 근로자들을 억누른다. 특히 악랄한 방법은 노동자들간에 반대파를 만들어 싸움을 시키고 폭력을 휘드르게하고 자기들끼리의 분쟁이라고 선전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매스콤까지도 편향보도를 하므로 많은 국민들도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것을 종종 볼 수있다.
분명히 기업주측에 잘못이 있고 그들이 폭력배를 동원했어도 감옥에 가는 것은 노동자들이지 기업주측에서 갔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어느 근로자는 회사에서 해고 당한 후 자기의 처지와 감옥에 간 동료를 생각하다 울분이 치밀어 먹던 밥 그릇을 뒤엎고 엉엉울며……『우리는 밥도 제대로 못먹고 놀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가며 밤낮 일만해왔는데……그리고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하도 어려워 좀 살게 해달라고 한 것 뿐인데 왜 쫓겨나야되고 더우기 감옥에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부르짖었다.
◆좀 살게해달라는 것 뿐인데
『정부는 가난을 내쫓아 주기는커녕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는다』고 철거민촌의 근로자는 이야기했다.
공산주의가 태동된 것은 노도의 착취가 근본요인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귀한 삶을 바쳐 노동을 하고 그 대가가 내일 다시 일할 수 있을 만큼 먹게도 못해주었다는 당시 상황은 오늘날 많은 노동자들에게도 해당된다. 2천~3천원을 일당으로 받는 노동자들이 입고 자는 것 제외하고도 그 액수로 세끼 먹을것 조차 충분치 않은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노동을 하고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권한은 생존권이며 기본인권이다. 이 권리는 국가가 부여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베풀어주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이 인간품위 안에 주신 침해당할 수 없는 권한이다. 따라서 노동착취는 기본인권의 침해이며 중대한 죄악행위이다. 누구나 이런 기본인권이 착취당하면 당연이 분노케되고 저항의 태세를 갖추게 마련이다.
『공권이 남용되면 국민은 자신과 동포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서 자연법과 복음이 허락하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에 항거할 수 있다』(사목헌장74)
황상근 <神父ㆍ베드로>
◇41년10월11일 황해도 연안출생
◇69년12월 사제서품
◇82년유럽 미주지역사목연수
◇83~84 인천교구 정평위위원장
◇現JOC 전국지도神父
지금까지 「방주의 창」을 집필해주신 두봉 주교ㆍ한용희 교수ㆍ박홍 신부ㆍ황기석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황상근 신부ㆍ김윤주씨(분도촐판사출판위원) 정달용 신부(광주가톨릭대교수) 남궁연씨(성심여대 불문과 교수)순으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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