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전례의 권위자 다니엘 젤시 신부가 내한 닷새째 되는날 합천 해인사를 다녀온후『내가 한국에 온 보람과 소득은 해인사를 돌아본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밝혔다.
전례학의 명문「로마」성안셀모대학의 교수인 젤시 신부가「예루살렘」에서의 강의를 제쳐두고 순회강연을 위해 찾은 한국땅은 그에게 처음이긴 했어도 많은 것을 해준 것같다.
『팔만대장경을 빼고라도 울창한 나무사이의 오솔길ㆍ고아한 절지붕 선 및 단청과 건축물 하나하나가 주위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모습은 마치 꿈나라』같더라고 밝힌 젤시 신부는『동양문화의 진수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찬탄을 금치못했다.
젤시 신부의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기자는 제것을 제대로 알지못하고 있는 처지가 부끄러워 몸둘바를 몰랐다.
동양권의 문화를 나름대로 소화해 고유의 문화에 접목시킨 흔적을, 북아프리카ㆍ팔레스티나ㆍ지중해 연안을 두루다니며 초대 그리스도교를 연구하면서 그 문화의 자취를 찾던 그의 예리한 눈에 해인사는 한국민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느끼게 해준 모양이다.
영ㆍ독ㆍ불ㆍ스페인ㆍ포르투갈어는 물론 러시아ㆍ희랍ㆍ아랍어 등 12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에게, 발길닿은 수십개국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문화를 형성ㆍ보존해오고 있는 우리것의 모습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답게 비쳤던 것같다.
방한 25일이 지난 후 젤시 신부는『왜 한국의 교회ㆍ성당이나 예식은 그 동안 본 7개의 사찰ㆍ도시와 농촌의 가정집ㆍ고궁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전례학전문가로서 의당히 나올법한 질문이다.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젤시 신부는『독창적인 한국인들은 수동적으로 전수받기만한 서양의 전례와 성당에만 머물러있지않고 한국고유의 문화에 교회를 접목시켜 독창적인 교회 모습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을 남겼다.
어쩌면 그 같은 저력이나 가능성을 한국교회안에서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민족고유의 의식ㆍ생활풍습ㆍ전통 등을 도외시한 그리스도의 복음은 인간의 심서에 깊이 파고들기 어렵다는 젤시 신부의 말은 한국교회에 많은 것을 생각케한 자극제가 아니었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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