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요세파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는 지난해 6월 휴가차 귀국해 아프리카에 도움을 청한 바 있다(본보 93년 6월 20일자). 이에 강 수녀는 은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현지의 개선 상황을 알리기 위해 편지를 보내왔다.
아프리카 정글에서 인사드립니다. 저의 휴가 동안에 많은 애를 써주신 여러분들께 늦었지만 인사드립니다.
휴가 동안에 많은 주민들의 쌓인 고통들을 해결하느라고 하루도 쉬지 않고 힘센 말처럼 뛰어다녔습니다. 먹을 것이 없는 곳에 먹을 것을, 병들어 누워 있는 곳에 약과 치료를, 우물이 없어서 거의 흙탕물을 마시는 이들에게 맑은 물을, 무지를 깨우쳐서 스스로 자가발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휴가를 마치고 이곳에 돌아왔을 때 저는 어느 나라 왕다운 환영을 받고 어리둥절하였지만 그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성금을 최대한 잘 활용하여 이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자 뛰어다녔습니다. 너무 고단하여 숨을 쉴 수 없을 때에도 이들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을 보노라면 그것은 하나의 기쁨이 되어 마음속에서 솟아나왔습니다.
제가 없을 때 고통이 많았다고, 이제는 다시 휴가를 가지 말라고, 항상 그들 곁에 있어 달라고 하는 이 순진한 사람들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 약한 저는 마음이 흔들릴 지경입니다.
식수 때문에 고통 당하는 첫 번째 마을에 도착하여 수원을 찾아가니 깊은 정글 속에 옹달샘 하나가 수줍은 듯이 나무들과 잡초에 가려져 있었는데 그 속에는 작은 고기들과 개구리들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구리 똥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여러 번의 마을 주민회의를 거친 후 그들과 함께 수원지 개발 공사를 같이 하여 이제는 관을 통해 나오는 맑은 물을 마시게 됐고 대소변 검사를 하여 기생충을 퇴치, 이제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단 집집마다 변소 짓기 운동이 아직 남았습니다. 그래서 마을건강회(일차 진료요원)를 만들고 그들을 불러서 교육을 시켜 그들 스스로 변소를 짓도록 강제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되찾고 있는 이들은 행복의 춤을 추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휴가 전에 만든 수원지에서 제가 휴가 떠난 지 3주 만에 물이 말라버리니까 마술사 때문에 이렇게 된 일이라고 겁을 먹고 손을 쓰지 않은 채 옛날처럼 개울물(흙탕물)을 마시며 저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회의를 거듭하여 겁내지 말고 다 허물어서 다시 수원지를 만들지 않으면 옛날처럼 주혈흡충에 걸려 고생하고 죽게 된다고 강력히 설득하고 추진력을 발휘하여 다시 주민들과 함께 두 개의 호수에서 맑은 물이 나오는 기쁨을 되찾았습니다. 마술사를 겁내는 풍습 때문에 그들을 이끌어내어 공사일을 하게 하는 데는 무척 힘이 듭니다. 그러나 1시간 2시간 지속적인 설득을 시키면 서서히 따라오는 이들을 볼 때 기특하여 같이 힘을 내어 일하고 웃고 하며 수고로움을 기쁨으로 바꾸어 나갑니다.
1994년 3월 아프리카 보다에서 강요세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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