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우암산 산간학교 때에 나는 국민학생과 중ㆍ고등학생을 데리고 솔뫼 유정란 공동체를 찾아갔다. 솔뫼 공동체는 상주군 함창읍에 있는데, 지금 네 가족이 유정란을 만들고 있다. 유정란이 무엇인지 현장학습을 통하여 배우게 하는 것이 생명교육이 아닌가.
교육은 생명을 기르고 가꾸는 일 즉 생명운동이다. 유정란 생산자 신명호씨로부터 듣고, 배우고, 그리고 닭장에 들어가 보고, 나중에는 삶은 유정란을 직접 먹어보는 것이 그날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닭똥 냄새도 구수한 것 같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과연 주부들 가운데서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무식한 수녀들까지도 우리의 전통적인 부활절 상징인 계란을 무정란으로 사용한다. 제 정신인가? 유정란과 무정란(일반란)을 비교해 보면 정자의 차이가 다르다.
무정란에는 정자 즉 생명체가 없다. 유정란은 노른자의 색상이 짙고 노른자가 뭉쳐 있는 응집력이 있어 높이가 높지만 일반란은 노른자의 색상이 엷고 펴져 있다. 그리고 유정란의 흰자는 응집력 역시 높아 퍼지지 않지만. 무정란의 흰자는 펴져 있다.
한마디로 유정란이란 알을 품게 되면 병아리가 되는 살아있는 계란을 말한다. 물론 여기에는 항생제나 산란 촉진제를 전혀 먹이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 닭을 키우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부활적 상징으로 안성맞춤이다. 아직도 가격을 따지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살아 꿈틀거리는 목숨붙이들에게 가격을 매긴다면 가치의 전도가 일어날 것이다. 창조와 발명이 다른 것처럼 쌀 한 톨과 반도체는 차원이 다르다. 생명의 실상은 사건이고 사실이지 기계나 관념이 아니다. 기계는 편리함을 줄지 몰라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이번 부활절 계란은 유정란으로 선택하자. 하느님의 나라를 오게 하는 길은 우리가 생명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명을 가꾸고, 보호하고, 기를 때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본당에서는 지난 성탄전야 미사 후 선물을 당근, 무우, 배추 등으로 하였다. 이번 부활절에는 꽃씨와 묘목을 나누어 줄 예정이다 나무를 심게 하자. 은행나무도, 여기서 헤르만 헷세의 한 잠언을 인용하고자 한다.
『나무들은 내게 항상 가장 절실한 설교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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