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새 정부의 개혁 성과를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에 대해 최근 김수환 추기경이 밝힌 견해는 많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추기경은 "김영삼 정부가 재산 공개ㆍ실명제ㆍ정치법 개정 등 기존의 부패한 관행을 뜯어 고쳐 정치와 공직 사회가 깨끗해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개혁 성과의 과실이 국민들 피부에 와닿지 않고 특히 노동자 계층에게 개혁에 동참할 만한 동기 부여가 없는 것 같다"고 밝힌 것이다.
김 추기경의 이 발언은 3월 18일자「노동자 신문」과의 대담 형식 인터뷰에서 노동문제 전반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밝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또 "교회가 중산층화 돼가고 있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노동 청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교회가 가난한 자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로 새 정부 출범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나온 김 추기경의 발언은 어쩌면 조금 이른 평가가 아닌가 하는 관점도 있을 수 있다.
소위 문민정부의 1년을 과거 십 수 년의 5ㆍ6공 군사 정권의 잔재를 하루아침에 일소하고 새로운 경제ㆍ정치 질서의 이정표라 할 실명제와 정치 개혁법을 제정하는 등 쉽지 않은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국민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같은 개혁의 성과가 국민들, 특히 서민들에게 유익과 기쁨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불이익과 짜증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복지부동으로 표현되는 공직사회의 행태이다. 공직자들이 보신에 연연한 나머지 원리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과거보다 일 처리가 더디고 더욱 어렵다는 얘기들이다. 마치 최근 6개 도시의 시내버스들이 임금 협상 과정에서 소위 준법 운행을 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과 꼭같은 현상이다.
최근에는 복지안동이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고 한다. 땅에 엎드려 눈치를 살핀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면 부정도 서슴없이 저지르게 된다.
이것은 지난 1년간의 공직자 비리나 부정이 과거에 비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에서 볼 수 있다. 또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상문고 내신성적 조작 역시 교육 관계 공직자들의 업무 태만 내지는 부정 유착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개혁의 성과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유익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개혁 추진 과정에 정의와 진실과 공정이 결여돼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교회 역시도 노동 청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원인은 교회가 가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스스로 가난해지기 전에는 아무리 능변, 웅변이라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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