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계속해온 항암 치료로 인하여 나의 체내 백혈구가 삼백 이하라는 위험한 상태로 내려갔고, 그로 인한 면역성 부족으로 혈관에는 주사 바늘을 꽂을 수도 없이 혈관이 터지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백혈구가 너무 부족함으로 수혈을 꼭 받아야 되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높은 열과 함께 혼수상태로 빠졌으며 온 집안은 비상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죽음을 준비하십시오』였습니다.
바로 그날 남편은 죽음을 앞에 둔 나를 보며 절실한 통회와 함께 10여년 만에 고백성사를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고통을 통하여 남편의 냉담생활을 청산케 하시고 용서와 사랑을 주셨습니다.
또 이 은혜는 제 몸에 직접 닿아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죽음의 혼수상태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른 새벽 부드러운 음성에 정신이 들어 깨어난 나는 곧 7층 수녀원 성당으로 올라갔습니다. 면역성 부족으로 병실 밖 출입이나 면회가 사절된 상태였지만 그때에는 내 정신도 내 힘도 아닌 상태로 성당엘 간 것이었습니다.
그 새벽 미사에서 나는 병자성사를 받았습니다. 그때가 1977년 10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삶을 생각하며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죽음을 준비하던 내 몸에 큰 변화가 왔습니다. 터지기만 하던 혈관에 마지막으로 생각하며 시도해본 작은 바늘로 혈액이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병실은 기쁨의 함성이 터졌습니다. 또한 폐 수술 관계로 이상이 있던 성대도 기능을 발휘하여 잘 안 나오던 목소리까지도 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무한한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광야에서 주신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야훼다. 자비와 은총의 신이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아니하고, 사랑과 진실이 넘치는 신이다…… 사랑을 베푸시는……죄를 용서해 주는 신이다. 그렇다고 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모세는 얼른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그러나 우리가 저지른 죄와 실수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길이 당신의 것으로 삼아 주십시요』(출애급 34장 6절 이하)
나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이때에 남편은 친구로부터 합창곡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남편은『지금 내 마음은 오로지 하느님께 내 아내를 구하여 달라는 기도의 생각뿐』이라는 대답을 하였고, 그 친구는 그러면 그 주제를 가지고 써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에 쓴 것이 부활절 칸타타「아버지시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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