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톨릭 교회에서는 대부 대모간의 친교가 유별나다. 이웃사촌을 넘어 친형제자매 처럼 지내며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힘이 되기도 한다. 처음 영세 받은 교우들에게 이런 분위기는 참으로 교회 공동체에 대한 매력적인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더러는 대모 대녀간에 빚보증이나 돈거래로 감당 불가의 고통을 안겨주는 일도 있다. 물론 그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기도 한다. 호사다마다. 그런 호소를 듣자면 참으로 딱할 뿐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 예수께서도 "되돌려 받을 생각 말라"하셨지만 내게 여유가 닿는 대로 기꺼이 빌려주는 것은 축복 받을 일이다. 내심「최악의 경우 못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틀림없이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다. 사람이 속이는 게 아니라 돈이 거짓말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돈 잃고 사람 잃고 신앙마저 잃기 쉽상이다.
이런 고통과 우환을 사서 하는 근본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부부간에 상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부유별이라는 전통적인 윤리관 때문인지 아직도 남자는 집안일에 여자는 바깥일에 참견 않는 것을 무슨 미덕으로 여기는 집안들이 있다.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잘 되어도 못 되어도 결국은 같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게 부부일진대 중요한 문제를 왜 상의하지 않고 혼자서 저지르는지 모르겠다. 도박, 부동산 투기, 피라밋 조직상, 계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것도 알고 보면 부부간에 자기 주변문제에 대한 대화가 없는 데서 오는 것이다. 그러고도 "왜 하느님께서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모르겠다"말해서야 되겠는가.
부부간에 숨길 것이 있음은 사랑과 신뢰가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이건 같이 상의하고 고민하고 같이 풀어야 한다. 가정의 축복은 부부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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