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데레사에게
무거운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두 손에는 점심 저녁 도시락을 쥐고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공기를 뚫고 학교를 향하는 네 모습을 바라보는 이 엄마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구나.
누구나 겪지 않으면 안 될「고 3 수험생」, 이 엄마에게도「고 3 엄마」「수험생 엄마」라는 이름이 하나 더 늘었구나. 고 3을 둔 이웃을 보면서 각오는 했었다만 실제로 고 3이 된 너를 대하고 보니 마음이 착잡하구나.
데레사! 그렇지만 모든 것을 주님 뜻에 맡기고 그날 그날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꾸나. 예수님께서도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서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히 걸어가신 고통의 길이 없었다면 어찌 부활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겠느냐.
이제까지 거듭거듭 되풀이되는 사순시기와 전례지만 올해는 더욱 더 가슴으로 느끼는 사순시기, 고통이 아닌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살아보자꾸나.
데레사! 너나 엄마나 항상 불완전하고 나약하며 흥분 잘하는 심성을 지녔지. 초조하고 불안할 때마다 기도 잊지 말아다오. 그렇게 할 때 마음이 평화로와질 것이다. 주님 함께 계시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삶과 마지막 그날까지 주님 주관하심에 우리는 오로지『예』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우고 살면 고 3이란 생활도 기쁨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구나.
데레사, 이제까지 아빠 엄마의 지나친 욕심으로『잘했다』『착하다』는 말보다는 항상 잘못을 지적하고『어떻게 그럴 수 있니』하는 질책이 많았음을 엄마는 시인한단다. 엄마도 주님께 기도할게. 너의 좋은 점, 잘한 점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지난 재의 수요일 저녁 우리 거실 벽에는「가족 서로 좋은 점만 보도록 하자」「가정기도를 충실히 바칠 것」이란 문구를 네 동생 마르셀라가 써 붙여 놓았지. 주님께 거짓 맹세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꾸나.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기의 잘못을 성찰하는 삶은 어떠한 좌절이 와도 기쁨으로,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을 길러 준다고 배워왔지. 데레사,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기라도 신앙생활 소홀히 하지 말고 주님의 착하고 성실한 딸로서 생활하며 항상 더불어 사는 삶과 원만한 교우관계을 유지하기 바란다. 네 외할아버님이 엄마에게 남겨주신 말씀『항상 어디서나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라』를 너에게도 해주고 싶구나. 이러한 삶이 예수님의 삶이 아니겠니? 오늘도 주님의 은총이 딸 데레사에게 풍부히 내리시길 기도드린다. 엄마 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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