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승용차를 타는 교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교육부가 최근 전국 초ㆍ중ㆍ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평교사들 중 그랜저ㆍ뉴그랜저ㆍ포텐샤 등 고급 승용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50명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이들 교사들에게 교육부가 시한을 정해 차량 처분을 종용하면서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각서까지 쓰도록 하자 해당 교사들 중에는 사유 재산권의 침해라며 반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교육부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있는 교사들간의 대립관계는 현금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가치체계의 혼란을 그대로 보여준다.
교사들 편에서 보면 안전성이나 재정 능력 면에서 고급차를 타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고 정당한 재산권의 행사인데 왜 제재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고급 승용차가 평교사라는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사표로서의 교사의 신분이나 위치는 차치하고라도, 평교사라면 연령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고급차를 소유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ㆍ중ㆍ고교 교사들의 처우가 그다지 높지 못하다는 얘기는 늘 있어왔다. 그래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전제로 붙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결코 적지 않은 수의 평교사들이 고급차를 타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그것은 월급 이외 다른 부수입이나 음성적인 수입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어쨌든 교사들이 능력이 있어 고급차를 탄다고 해도 동료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아직도 우리의 현실이 차를 소유한 사람보다는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고, 전체 차량 소유자 중 고급차는 소수에 불과한데 그 소수 안에 평교사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만일 평교사로서 안전성이나 재정 능력 그리고 품위 등을 고려해 고급차를 고집한다면 교사직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1986년 가을 주교회의에서 주교들부터 승용차를 중ㆍ소형으로 낮추기로 결정, 모든 주교들이 솔선수범해오고 있다. 사제들도 주교들의 모범을 잘 따르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의식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교사들의 고급차 파문이 우리 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