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정말 커졌다. 신자 수도 그렇고 교회의 숫자도 많아졌다. 물론 개신교나 불교 등 기타 기성 종교들과 수적 비교만을 한다면 아직도 우리 교회는 열세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교회는 꾸준히 성장해왔고 지금도 커가고 있음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한국 교회의 성장을 굳이 시대별로 구분할 때 70년대와 80년대를 황금기로 보는 시각이 맞는 것 같다. 이 시기의 한국 교회는 신자 수만을 놓고 보면 대략 3배 가량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1백만 명이던 신자가 3백만 명으로 늘어났으니 황금기라는 진단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서는 여러 갈래의 분석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그 기간 동안 한국 교회가 맡은 역할론에 대한 분석이 가장 우세하다. 다시 말해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는 자신의 위상을 가장 뚜렷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와 교회의 역할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진단이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80년대의 성장 요인으로는 몇 차례의 대규모 집회를 통해 힘과 더불어 역동적인 모습의 교회로 비추어진 사실을 보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70년대와 80년대, 이른바 황금기의 성장이 한국에 있어 우리 가톨릭 교회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기간 동안 개신교와 불교 등 기성 종교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종교들이 호황기를 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발표된 종교연감이나 자료들은 한국의 모든 종교들이(이른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이비 종교를 포함) 호황을 누렸고 그 호황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적 입장에서 선교 전략을 지속적으로 세워오거나 이를 바탕으로 선교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못해온 우리 교회 입장에서 보면 그 지적은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지도 못한 현실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한국 교회의 성장은 한국 사회, 한국 사람 안에서 흐르고 있는 특별한 종교적 취향에 상당한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국 교회의 성장은 가톨릭 교회만의 유별남이 아니라 종교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종교의 성장과 그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한국인 특유의 종교적 심성이 한국의 종교산업에 호황을 가져다준 원동력이 되었고 가톨릭 교회 역시 그 호황에 편승을 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냉정하기 짝이 없는 진단이다. 개인적으로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았고 이웃의 모범이 되었던 많은 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괘씸한 분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종교 성장이 무엇에 기인을 하고 있건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은 결코 아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눈부신 성장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교회, 주목 받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받아야 하는 폭넓은 요청과 기대에 대한 몇 가지 유의점에 있다.
최근 일간지로부터 터져나온「성직자 납세」문제는 주목 받는 한국 교회가 통과해야 할 어려운 관문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처음부터 매스컴의 유난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성직자 납세문제는 결국 주교회의 결정을 앞지른 결론으로 약간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매스컴의 보도가 주교회의 결정을 앞지른 것은 물론 그 사안에 대한 기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성직자들이 납세에 참가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매스컴이 입맛 다시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미노 이론의 잇점을 겨냥한 매스컴의 속성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즉 납세에 대해 다른 종교들의 입장이나 태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점을 매스컴은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직자 납세문제를 필두로 최근 일반 매스컴에 보도된 일련의 교회 관련 기사들은 사회의 기대나 매스컴의 유도에 교회가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큰 교회」로서 한국 천주교회가 이미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선까지 와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몸체가 큰 만큼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큰 몸체는 문제 역시 빈번히 일어날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납세문제야 교회가 미리 알아서 내린 결단이지만 주목 받는 교회로서 한국의 천주교회가 앞으로 받아야 할 기대와 요구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교회는 사회가 요청하기 전에 매스컴이 헤집어 내기 전에, 커진 몸체를 제대로 추스리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어쩌면, 앞으로, 교회의 큰 성전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부유한 성당으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모든 시설은 특별한 안경을 쓰고 들여다볼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교회의 종탑 밑이 더 밝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모든 종사자들이『종탑 밑이 더 따뜻하고』『종탑 밑이 더 밝다』는 사실을 마음으로부터 느끼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커진 몸체의 교회가 교회다움을 찾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가 있음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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