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병원협회가 최근 대전에서「소규모 가톨릭 의료사업의 현황과 발전대책」을 주제로 가진 세미나는 다소 때 늦은 감이 없지않으나 우리교회가 나아가야할 의료사업의 방향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주제 발표와 3개 의원 사례 발표가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현행 교회의료사업의 문제점을 여러가지로 엿볼 수 있다.
먼저 주제발표에서는 가톨릭 병원들이 사회변동과 함께 발전해 처음 20∼30개 병상에서 시작, 현재는 2백∼3백개의 병상수로 성장했으나 초창기의 설립목적 즉「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돕는다」는 정신은 성장에 비례해 퇴보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1차 진료기관들이 자체운영이 어려워 은인이나 본당을 찾아다니며 운영자금을 호소하고있고 의료진의 확보는 불가능한 상태로 중환자나 응급환자가 발생할때는 응원을 청할 2ㆍ3차 진료기관이 없다는 슬픈 현실도 드러났다.
특히『교구내에 큰 병원이 있으나 문턱이 높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소규모 자선진료소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은 교회의료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하지 않으면 안될 단계에 와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리고 3개의 의원 및 진료소의 사례발표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2차 진료를 위해 저렴한 의료수가의 병원을 찾는 일, 또한 병든자ㆍ노인ㆍ임종자들의 딱한 처지를 보고도 도와줄 길이 없어 외면해버릴 수 밖에 없는 뼈아픈 입장 그리고 단돈 7∼8백원의 진료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만하는 사람들의 아픔 등이었다.
이러한 현실을 놓고 볼때 우리 교회의 의료사업을 재고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의료사업을 실시하게된 근본동기나 취지 및 최종목적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단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교회의료사업은 사회일반 의료사업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 출발동기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야한다. 그렇지 못하다면「교회」라는 이름을 걸고 의료사업을 계속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교회의 의료기관들 그중에서도 도시지역의 대규모 병원들이 병원운영이나 시설확충 최신의료기 재도입 등 병원현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때 무의촌이나 1차 진료시설밖에 없는 수많은 지역에서는 병고로 신음하거나 죽어가는 제2의 그리스도가 부지기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교황청 의료문제 전문기구의 하나인「꼬르 우눔」이 1976년에 팔표한 지침서를 보면 교회는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지못하고 있는 농ㆍ어촌 주민들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의료사업을 해야한다고 명시하고있다.
이러한 교회의 의료사업방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농어촌지역에 들어가 의료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늘고있음은 퍽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기존 1차 의료기관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일과 앞으로도 계속 농ㆍ어촌지역 등에서 봉사하는 교회의료기관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적어도 돈이 없어 병들어 죽어가는 환자들이 방치되고있는 상황이라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교회의료사업은 잘못되고있다는 사실을 함께 느껴야 할 것이다. 교회의료사업의 자기반성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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