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스웨덴 한림원이 프랑스의 끌로드 시몽을 85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직후 각 일간지마다 새로운 혜성으로 등장한 시몽의 이모저모와 「누보로망」에 관하여 나름대로 소개하려 애쓰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모일간지에서 모교수가 실토했듯이 우리나라로 봐서는 일부대학서만 신소설에 대한 강의를 하는 실정이어서 차원높고 난해하기로 이름난 시몽의 작품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차제에 이 지면을 통해 그의 작품을 크리스찬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로서 그의 작품 특히 「죠르지끄가」(1981작)는 인간의 조건묘사에 있어서 시인과 화가의 독창성과 시간에 대한 깊은 인식을 잘조화시킨 공로라고 당국은 천명하고 있으므로 이 평가에 촛점을 두고 생각해 보고자 한다.
시몽에게 있어서 흥미로운 것은 그가「맹인 오리옹」(1970년작)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글쓰는 동작 그 자체」다. 그리고 그는 이 글쓰기를 작가의「가장 큰 모험」또는「작가의 투쟁거리」로 보고있다.
먼저 인간조건묘사에 있어서 그가 보인 시인과 화가의 독창성을「죠르지끄가」에서 엿 볼 수 있다. 그가 세잔 같은 대화가가 될 꿈으로 이에 열중하다가 (특히 영국유학시) 소설가로 전환한 주동기는 선조들의 회고록, 편지 등을 읽게 된 데서였다. (「바람」에서 밝힘)
이번 수상작인「죠르지끄가」는 선조들의 글이 원소재다.
『나는 성당을 불지르고 사제와 평화로운 시민을 살인하는 테러범 등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겪어 보았다』『나는 사진을 통하여 인간 삶의 다양한 이미지를 계속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가 말한대로 그는 이 소재에 화술, 사진술의 영상기법과 음악의 바리에이션을 꼴라쥬(이질, 복합재들을 분류, 재조립하여 붙인 새 작품) 하여 만든 작품이다. 즉 인간을 둘러싼 환경들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화가처럼 외부상황의 전체성이 개인의 내적의식에 투영되어가는 과정을 마치 인상과 화가처럼 섬세하게 압축극소화된 언어(마치 미사독서와 전문성무일도서나 기도문 등은 신구약 전성서가 여과,압축된 언어이듯이)로 묘사화되「바람에 나부끼는 아카시아 잎들의 반짝거림」같은 의식의 편린들을 무질서의 질서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서사시적 특징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실제하는 이미지 즉 생각ㆍ기억ㆍ지각이란 세 기능이 있는 영역을 전체적으로 포착하는데 그의 영상렌즈의 초점을 두는데 있다. 이 점은 시몽이 본 인간심층에 내재하는 세 기능에서 성아우구스띠노는 이미『하느님을 닮은 인간상』(창세1, 26)을 발견하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몽의 서사시적 감각은 크리스찬의 감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로 시간에 대한 깊은 인식을 잘 조화시킨 점을 살피건데 「죠르지끄가」는 세 인물ㆍ세 장소ㆍ세 시대를 꼴라쥬한 스토리다. 보통 누보로망을 언어 유희의 산물로 보고있다. 사실인즉 시몽은「오리옹」의 거인맹인이 허공을 더듬듯이 말에만 미쁨을 두고있다.
측정할 수 있는 시간과 현실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언어공간을 탐색하여 추상화를 지배하는 지고한 자유자재성을 한껏 구사하는것, 이같이 해방된 상태에서 상상력으로 구상은 하되 정확성과 구체성과 면밀성으로 재조립하는 천재성이 시간에 대한 깊은 인식을 잘 조화하는 결정이되었다 하겠다.
그는 인생을「움직임의 속결」로 보지않고「고정된 순간들의 연속」으로 본다.
따라서 그는「설정한 주관적 시점」에 맞추어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자재로 혼합하여 재구성해나간다.
67년작으로 「 메디시 」상을 받은「이스트와르」는 그의 부모가 혼전에 교환한 연서들을「사랑」이라는 촛점에 맞추어 시간혼합기법으로 만든 작품이다.
「고정된 순간에 절대성을 부여하여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점은 소화 데레사의「어린이 영성」의 기반이 었으며 베르나르노스의 작품을 일관하는 가톨릭 사상의 핵이라면 시몽 역시「성지 루르드」가 자리한 삐레네 산맥 줄기에 있는「삐르삐냥」(동서간의 거리가 상당하기는 하나)에서 자랐고 현재도 살고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때 그가「죠르지끄가」에서 발휘한 형이상학적 차원에서의 시간과 공간간의 자유왕래적인 기법은 무한의 시간선상에서 무시상태로 존재하시는 참된 실존재자를 인식한데서 빚어진 고귀한 선물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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