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김씨 셋이 죽은 최씨하나 못당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소리같다. 한국의 3대 성이면 김, 이, 박인데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김씨가 최씨를 못당했다는데 천, 방, 지, 축의 방씨가 죽은 최씨를 대적하여 당해내려니 여간 고생이 아니다. 다른 얘기가 아니라 줄무담안의 순교자분들이 450년간 살아온 최씨종산에 있으니 틀린없이 최씨일 것이다. 이 무덤들을 성역화한다고 손을 댔으니 이「방」신부가 그야말로 고생인 것이다.
이곳에 성지참배하고 가시는 분들마다 이구동성으로『신부님은 이곳, 성지개발을 하셔야 하기 때문에 떠나시면 안됩니다』라고 말들 하며 어떤 분들은 못떠나게 주교님께 말씀드릴테니 이곳을 떠날생각은 아예 단념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은근히 으름짱(?)놓는 교우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지난 2월 인사이동전에 이곳 다락골 사람이 교구청에 갔으며 서울에서도 어떤 교우분이 주교님을 찾아갔다 한다.
그런줄도 모르고 인사이동후 교구청 모신부님께 어찌된 일이냐고 전화를 했더니『자기가 청양을 안떠나려고 사람을 보내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냐』고 말하는게 아닌가!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본당교우들은 2차발령을 축하한다고 나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었다. 이번 8월 인사에도 제외가 되니 죽은 최씨가 산 방씨의 발을 꽉 붙잡고 놓지않는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시작을 해놨으니 남을 욕할 수도 없다.
더구나 줄무덤묘비에다 내가 내 이름을 새겨놨으니 앞으로는 내가 죽은 다음에 남의 손으로 비석에 내 이름을 새겨야지 큰일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성지개발은 너무나도 큰 용기와 결단을 요하는 사업이나 땅에만 의지하고 살아온 이곳 주민들을 설득하여 땅을 사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금전이 요구된다. 더구나 엣날 밀가루시절에 많이 뿌려놔서 천주교는 돈이 많은 곳이라는 인식이강하게 박혀있으며, 구입해야할 땅의주인중에 교우는 한사람도 없다
그러니 말뚝하나 박을래도 숱한 말을 듣게된다. 돈은 어디서 구하나? 생각다못해 기념품을 만들어 팔기로 하였다. 서울에서 오는 분들은 시골의 골동품을 은근히 원한다. 등잔, 지게, 베틀북, 맷돌, 수레바퀴, 짚새기 등이다. 처음에는 공소신자들에게 짚새기와 지게를 만들어 오라고 했으나 그것도 어디 한두번이어야지 생각다못해 등잔을 제작하여 줄무덤디자인을 넣어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팔렸다.
젊은 여자교우를 뽑아 성지순례버스에 올라타 마이크잡고 청양을 소개하고 성지 소개하는 안내양 교육, 다락골에 대한 고증 수집위한 광범위한 탐문수사(?), 성지 팜플렛 제작, 줄무덤위의 나무벌채, 동상제작, 주민계몽, 진입로 8백m확장과 포장을 위해 도지사 지역국회의원과의 접촉, 군수 면장의 적극적인 협조요청 등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끝없이 전개되었다. 이렇게 죽은 최씨 순교자들 덕분에 산 방씨가 수고를 하였다 그러나 그런 성씨가 문제랴! 많은 분들이 산 신앙의 교육장인 이곳에서 자기 신앙을 되살리고 새로운 힘을 얻었다는 많은 편지를 받을 때 한없이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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