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암이라는 병을 얻은 것입니다. 나는 성모병원에 입원을 했고, 이 무서운 병명은 내 눈 앞을 깜깜하게 했으며, 지금까지 행복스럽던 생활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악성 종양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나는 곧 폐를 도려내는 큰 수술을 받았으며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두 주일 후에는 임신 8개월이라는 문제를 또 해결해야 되었습니다. 곧 항암 치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불쌍한 셋째 아기는 개복수술로 낳았으나 두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야만 되었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벽제 천주교 묘지로 보냈습니다. 죄 많은 엄마 대신 떠나 간 우리 조그만 영혼을 위하여 처음으로 하느님께 진실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로 인하여 또한 나는 죽은 다른 영혼들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비로소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인 무서운 항암 치료를 기다리며 제 마음은 오로지 하느님만을 의지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하느님께 온 마음을 맡기며 무서운 항암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구토와 함께 오는 어지러움과 머리카락의 빠짐은 정말 놀라웠고 두려움 속에 눈물은 자꾸 흘렀습니다. 두 주일은 주사와 약으로 치료하고 두 주일은 푹 쉬며 몸 안의 상태를 살펴야 하는 한 달 코스를 4번이나 반복하였습니다.
말할 수 없는 심한 두통과 함께 식욕은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3살 6살의 두 아이와 남편, 연로하신 부모님, 형제들을 생각하며 나는 열심히 투병생활을 해갔습니다.
병원 일과는 잠 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기도뿐이었습니다. 나는 이 무서운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은 계속되시며 사랑의 손길이 항상 저와 함께 하심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계시는 신부님과 수녀님의 보살피심은, 주님의 겸손하신 사랑 안으로 나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또 착하게 돌봐주는 남편과 많은 병원비를 걱정없이 해주시는 부모님 정성스런 형제들 안에서 주님의 사랑스런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쁜 것은 그동안 교회음악 관계로 신앙인보다 음악인으로 신교에서만 활동을 하던 남편이 천주교 성가대에도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었고 이제 참 신앙의 천주교인으로 마음을 돌린 것이었습니다.
고통 속의 기쁨은 바로 이런 것이었으며 참으로 큰 은혜였습니다. 영세를 미루어오던 두 아이들은 주님의 사랑 받는 아들 딸로서 영세를 받게 되었으며 병실에서 교리를 배우시던 친정 아버지는 영세를, 그리고 어머니는 견진을 받게 되는 큰 기쁨도 맛보았습니다.
이렇듯 온 가족이 저의 병으로 인하여 좀 더 주님을 가까이 대할 수 있게 되었고 병원 생활은 점차 기쁨을 안겨주는 가운데 항암 치료를 순조롭게 끝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또 다른 고통과 함께 새로운 은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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