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면 아파트 복도나 계단이 소란스러워짐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학교가 끝난 시간이므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자전거를 타고 공놀이, 줄넘기, 다방고를 하고 논다면 동네가 시끄럽고, 더러는 유리창 깨는 일, 싸우고 우는 소리, 몰려다니며 떠드는 소리, "저리 가 놀아라"는 소리로 범벅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아파트 단지를 보아도 그런 현상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 많은 아이들이 다들 어디 갔을까? 이상할 것도 없다. 학교가 끝나면 거의가 과외나 예체능 학원 두어 군데 정도는 기본으로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을 다녀오면 컴퓨터나 게임보드 앞에 붙어앉아 우주여행과 전쟁에 참전한다. 본당에서 첫 영성체 교리를 해도 지각, 결석하는 것은 부지기수이다. 복사에 뽑혔으면서도 연습하러 못 나와서 우리 수녀님은 애를 태운다. 생활이 이렇게 바쁜데 하늘 아래 땅을 밟고 동무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이웃에 사는 또래 아이가 누군지도 모름은 당연하다.
그들의 미래란 멀리 볼 것도 없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본당 청년들이 너무나 활성적이어서 지도신부들은 행사를 축소 만류하는 것이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본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행사 계획서 한 장을 제대로 만들 줄 모른다. 걷는 것도 싫어해서 등산 같은 프로그램은 생각도 못한다. 버스로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 학원 세대들의 모습이다.
이것이 어느 한 본당의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현실이란 게 고민인 것이다. 비닐하우스 작물처럼 연약하기만 한 아이들과 청년들을 보면, 사회 교육인지 자식 농사인지 뭔가 빗나가고 있는 듯하여 가슴이 답답하다. 1학년에 입학해 엄마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꼬마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너도 전선에 출정하는구나!" 혼잣말을 하다가 스스로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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