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입맛은 어른들과는 아주 다르다. 복사들에게 어쩌다가 회식을 마련해 주는데 짜장면을 제일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는 햄버거나 피자를 좋아한다. 어느 피정센터의 수녀님께서 그러는데 "어린이들을 자주 받다 보니 아이들 입맛에 맞게 음식을 하게 된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닭도리탕을 해 주면 잘 먹었는데 이제는 먹지를 않아서 튀김이나 양념치킨 식으로 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나물이나 시래기국도 먹지 않고 사라다나 어묵 같은 것을 가게 식으로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니 집안에서 청국장이라도 끓인다면 아마 질식하고 말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아직도 아침에 밥을 먹느냐」고 빈정대면서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에 우유를 타서 먹어야 선진국인 것처럼 광고한다. 슈퍼에 갔다가 "어디 한 번 먹어볼까"하고 사 담게 되면 가족들에게 그런 입맛을 들어주기 쉽상일 것이다. 입맛도 길들여지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살다보면 싫던 입맛도 같아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UR로 인하여 이제 먹거리까지 개방전쟁 시대로 다가왔다. 벌써 거리마다 깔끔한 외식산업 체인점들이 들어서는데 음식 문화마저 이렇게 외국 것을 좋아하지 못해 안달이니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농산물 직거래 운동이 활발하다. 농촌본당 신부들과 회장님들은 도시본당을 찾아「직거래를 도와 달라」며 신토불이를 호소한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떠맡아야 하는 농민들은 괴롭고 피곤하다. 보는 우리도 안쓰럽고 더러는 분노가 치민다.
「우리 농촌 지키기」는 음식 문화의 주체성을 지닐 때만 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이 닭도리탕이나 통마늘 구수한 백숙을 즐겨 먹는 날이 아무래도 올 것 같지가 않다고 생각하니 식생활도 정신 세계에 속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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