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8일 서울에서 가톨릭 미술가회 주최로「한국 교회 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특히「한국 교회 건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세미나는 여러 면에서 우리 교회에 유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세미나는 2백 년이 훨씬 넘는 한국 교회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열렸다는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 교회 건축의 장래에 밝은 전망을 갖게도 한다.

물론 이번 세미나는 한국 교회 건축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과 반성이 있은 반면 내일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만 이루어지면 미래에 대한 대안은 쉽게 찾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신부 2명과 평신도 전문가 2명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요약해 보는 것도 대안을 모색해 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먼저 참가자 전원이 한결같이 교회 건축의 대형화와 고급화에 우려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우리 교회 전체가 신중히 재고해야 할 일이다.

교회 건축들이 과연 대형화·고급화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한 신부는 "회중의 수용력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성당이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여주고 신자들이 하느님을 깊게 체험하는 전례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성당의 고급화와 관련, 그 신부는 성당 건물 자체가 신성한 것이 아닌 만큼 "성사적 표징을 풍부히 지니면서도 신성화를 피하는 설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신부는 전례 공간과 종교미술에 대한 신학적 역사적 연구 없이는 교회 공간의 예술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 성당 신축과 전례 공간의 성패 여부는 본당 신부의 안목과 결정에 달린 만큼 "신학교 교육 과정에서부터 교회 미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평신도 교수는 훌륭한 교회 건축 문화의 창달을 위해서는 신앙과 신학의 토착화 노력과 함께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이 사라지고 전문성이 존중되는 풍토 조성"을 요청했다. 또 오랫동안 교회 건축에 종사해온 한 건축가는 "교회 건축이 보다 장기적으로 본당의 제반 여건을 고려해서 그리고 에너지 절감과 자연 보전에 맞추어 추구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세미나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교회 건축은 전례 공간으로서 신학적·성사적 의미와 예술성을 지니고 크지 않은 규모에 사치스럽지 않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같은 결론은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교구별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회건축위원회의 구성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위원회의 구성이 아니라 그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