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겼다. 한국축구가 이겼다. 32년동안 맺혔던 소망을 이루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축구인들의 숙원이자 민족의 숙원이었다. 11월 3일 우리 4천만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되었다. 4천만의 가슴마다 기쁨과 환희와 사랑만이 넘쳤다. 이순간 거짓과 시기와 증오는 사라졌다. 승리에 도취되어 기뻐하는 모습들에서 우리 민족의 순박함과 단순함, 정이 많은 심성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자랑스럽고 대견할 수가 없었다. 돌아가는 관중들의 발길은 가벼웠다. 그들은 필연코 함께 어울려 오래도록 기쁨을 나누었으리라.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우리팀의 대들보 최순호 선수가 쓰러졌을 때 우리 모두는 얼마나 걱정하고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전반 종료 호각이 울리자 김정남 감독은 쓰러져있는 최순호 선수에게로 쏜살같이 뛰어갔다. 그때까지 마음졸이며 안타까와 했을 감독의 마음을 그순간 읽을 수 있었다. 동료를 사랑하고 선수를 아끼는 그 마음,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인간애(人間愛)인가. ▶이러한 우리의 희열과 환희를 언제까지나 연장시킬 수는 없을까? 승리의 기쁨은 한순간일 뿐, 이제 곧 우리는 생활로 돌아가야한다. 그곳에는 삶의 애환이 그대로 있다. 우리의 삶 전체를 좀더 아름답게 가꿀 수는 없을까? 이웃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줄 알고, 이웃의 슬픔을 함께 슬퍼하며 위로할줄 아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것은 사랑이요 용서다.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는 삶이다. ▶사랑은 결심이라고 한다. 축구에서 승리한 날, 우리는 이기쁨을 더큰 민족적 기쁨으로 승화시킬 어떤 결단을 내려보면 어떨까? 서로의 가슴마다 쌓여있는 증오와 불신을 말끔히 쓸어버릴용단이면 어떨까? 이러한 결심은 먼저 못가진자 보다는 가진자 편에서 내려야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진자와 못 가진자, 사용자와 근로자, 이러한 사회의 양극화현상에서 힘있는자가 먼저 가시적(可視的)인 결단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여기에 발맞추어 착한 백성들이 맺힌 한을 말끔히 씻어버렸음도 어떤 가시적인 징표로 나타낼 수는 없을까?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이 나라의 높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 기뻐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군중은 그들에게 환호했고 그들은 손을 흔들어 답했다. 이렇게 착하고 순박한 우리 백성들! 이백성들에게 삶의 기쁨을 줄수 있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 아닌가. 이 순간 그들이 결심하는 방향에 따라 이 민족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겠는가. 그들의 선심(善心)을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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